[독립서점 기획 연재 3화 :그들은 왜 서점을 열었는가?] 질문서점 '인공위성'

당신이 쏘아올린 따뜻한 질문은 우리를 따뜻한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믿습니다.

입력시간 : 2019-09-11 16:00:10 , 최종수정 : 2019-09-11 16:00:10, 강문영 기자

책을 읽다 맘에 드는 부분을 접으려는 데,

이미 접힌 모서리를 보았을 때.

이전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괜스레 웃음이 날 것이다.


사람이 서로 공감을 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닮은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서로를 잇는 무언가를 만드는 곳.

쏘아올린 질문으로 서로를 잇는 곳.

책과 사람을,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곳.


인공위성을 다녀왔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독립서점 '인공위성'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인공위성이 사전적인 의미로 '행성의 둘레를 공전하는 인공적인 물체'인데, 서점 이름도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네, 맞아요. 행성이 저희 서점이고 인공적인 물체는 이제 쏘아올린 질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 대표님 생각인데요, 우리 사회가 질문이 없어서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군가 질문을 시작하면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 질문을 쏘아올려 보자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질문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곳으로 서점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옆에 보시면 디자인 스튜디오 '이룩 2Look'이 있어요. 이룩 대표님께서 건축 디자인을 하시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필요로 하셨어요.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은 한정적이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영감을 받고 그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탄생한 게 '인공위성'입니다.


인공위성에서는 기부받은 책을 '쏘아올린 질문'이라고 표현하시던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희 서점은 기부받은 책만 다루고 있어요. 책을 단순히 기부만 받는 것이 아니라 기부해 주신 분과 지금처럼 인터뷰를 진행해요. 저희는 한 권에 책이 온다는 것, 한 가지 질문이 온다는 것은 하나의 인생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나누고 싶은 이유, 이 책을 통해 던지고 싶은 질문,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계절, 당신이 꿈꾸는 시간. 이렇게 공통질문을 물어보고 책과 관련된 또는 기부해 주신 분과 관련된 다양한 얘기들을 나눈 후에 그 속에서 해시태그를 선택해요. 우선적으로 기부해 주신 분이 던지고 싶은 질문이 대표적으로 선택되고, 그 외에 인터뷰를 통해 나온 이야기들로 해시태그를 구성해서 책을 리패키징하고 제목 대신 선택한 해시태그로 책을 소개하고 있어요. 저희는 질문이 책과 사람을 연결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이 질문들을 인공위성의 주파수라고 표현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던진 질문들이 책과 우리를 연결하는 인공위성 주변에 주파수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처음 이 표현을 보시는 분들은 잘 이해가 안 되실 거예요 아마. (웃음)


기부받은 책을 리패키징 하시잖아요, 그 작업을 '당신이 쏘아올린 질문을 우리 곁에 두기 위해 주파를 맞추고 있다'라고 표현을 하셨어요.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인공위성 주변에는 여러 개의 주파수가 있는 것처럼 우리가 던진 질문들이 인공위성 주변에서 하나의 주파수가 되는 거죠.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책과 우리를,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무언가를 저희는 주파수라고 표현을 하고 있어요. 이것도 개념이 조금 어려우시죠? (웃음)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독립서점 '인공위성'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인공위성에 대한 소개는 여러 인터뷰집과 SNS에서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인공위성을 운영하고 있는 에디터님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이제부터 인공위성과 함께 하는 에디터님에 대한 질문들을 드리겠습니다. 인공위성에서 독서모임을 매달 운영하는데, 모임 질문 중 '당신을 움직인 한마디가 있다면'이더라고요. 에디터님을 서점으로 움직이게 한 한마디는 어떤 거였나요?

저는 정말 우연이었어요. 제가 부산에 살면서 부산에 있는 독립서점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여러 독립서점들을 팔로잉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와중에 인공위성 에디터 채용공고를 보게 된 거예요. 그래서 면접을 보러 올라왔죠.


부산에서 서울까지 인공위성 면접을 위해 올라오신 건가요? 만약 면접을 합격하면 서울에서 지내셔야 하는데 가족들도 다 괜찮다고 하신 건가요?

가족들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어요. 제가 서울로 올라가고 싶으면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 그리고 어릴 때부터 아빠가 늘 책을 가까이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었고 저도 제 곁에 언제나 책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일을 반대할 이유는 없으셨죠.


인공위성 에디터가 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전 직장에서 인터뷰 관련 일을 했었어요. 제가 직접 인터뷰를 할 기회는 많지 않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서로가 더 잘 알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고 목적에 따라 상담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질문을 하고 상대방은 답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서 인터뷰를 참 좋아해요.




<출처: 강문영 기자>


기자를 시작하게 된 남다른 이유가 있으셨나요?

인터뷰랑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거였어요. 제가 대학교 때 학회장을 하면서 학과를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맡은 역할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부원들과 틀어지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피하게 되더라고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휴학을 하고 정말 집에서만 갇혀 생활을 하다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교 조교를 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되었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저는 번아웃증후군이었던 것 같아요. 


<출처: 강문영 기자>



집에서만 오랜 시간을 보내셨는데, 경제적인 어려움만으로도 나가야겠다고 결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사람이 금전적으로 어려워지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웃음) 그보다도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 은사님께서 저를 잘 토닥여주시고 밖으로 데리고 나와주신 거였어요.


이 타이밍에서 던져보기 좋은 질문인 것 같은데요, 4월 독서모임은 '고통에 지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로 진행하셨는데 에디터님은 힘든 일이 다쳤을 때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저는 극복하려고 애쓰지 않아요. 오히려 저는 피하는 거 같네요. 부딪혀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외면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피하려고만 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 받아들이면서 문제를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걸 극복해야겠다, 이겨내야겠다 억지로 힘쓰지 않고 조금은 떨어져서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제가 올해로 나이 앞자리 수가 바뀌었는데 20대와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받아들이는 입장은 조금 변한 것 같아요.


5년 후에 에디터님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지시나요?

5년 후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당장 내일도 깊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웃음) 오늘은 충분히 후회 없이 보내고 싶을 뿐이에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겠다, 어떻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5년 후에 모습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인공위성과 함께 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독립서점 '인공위성'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에디터님은 인터뷰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지금 이 일을 하기 전에 했던 기자 얘기를 하면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질문만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대화, 상담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점이 인터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제가 처음에는 정말 준비한 질문만 던지고 답변 열심히 받아 적고 정리하고 그랬는데요. 그런 제 모습을 돌이켜보니 심문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질문은 대화를 하다 보면 더 생길 수도 있는 거니까 큰 맥락만 잡아놓고 자연스럽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되기까지도 정말 어렵더라고요. 

맞아요. 제가 인터뷰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처음에 상대방 눈 마주치면서 얘기를 듣고 경청하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나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지금 편집자 A씨가 많이 신경을 쓰고 노력한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웃음)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독립서점 '인공위성'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요즘 에디터님과 함께 하고 있는 책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마음의 집>이라는 일러스트북인데요. 이 책은 기부하신 분이 편지와 함께 서점 앞에 몰래 두고 가셨어요. 편지도 정말 정성스럽게 써주셔서 이 분을 찾고자 포스터까지 붙였는 데 결국 찾지는 못했지만, 저는 이 책을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어요. 책 내용 중에 "마음에는 방도 있고 계단도 있고 창문도 있다'라는 부분이 가장 맘에 들었어요. 제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접근법이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에디터님에게 '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늘 제 곁에 있는 친구.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늘 언제나 제 옆에 항상 있었거든요. 학생 때부터 책을 지니고 다녔고 멀리 가게 되거나 여행을 갈 때도 책을 한두 권씩은 꼭 챙기곤 했어요.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던 게 마음이 힘들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무엇보다도 책을 꼭 찾아서 읽었어요. 그러다 보면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책은 저에게 편한 '친구'같네요.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독립서점 '인공위성' 내부 모습이다.<출처: 강문영 기자>


모던한 분위기 때문에 동네 주민분들은 인공위성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고 한다.


에디터님의 바람은 동네 주민분들이 들어와서 둘러만 보고 가도 좋으니

편안하게 와서 책도 보고 차도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다.


모던한 분위기에 지나가다 언뜻 보면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곳.


인공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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