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메모는 이상과의 싸움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한 발버둥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저자 오수영

입력시간 : 2019-10-07 21:47:57 , 최종수정 : 2019-10-07 21:47:57, 김미진 기자



책 소개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은 오수영 작가의 에세이다. 

 책은 소멸, 관계, 밥벌이 등을 주제로 한 글들로, 작가의 메모이자 짧은 단상들을 모아둔 잡문집이다.

 비록 짧은 글들이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고찰은 독자들에게 생각이 깊어지는 밤을 선사할 것이다.


 다음은 본문에 수록된 소개 글이다.

 

 『"나의 모든 메모들은 이상과의 싸움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다."


 모든 것이 영원할 것만 같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 아닌 언제라도 기회는 무수히 찾아올 것이고,

 그날이 오면 얼마든지 원하는 순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싶었으며, 그리고 당신에게 속마음을 꺼내 보이고도 싶었다.

 하지만 한번 스쳐 간 순간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았다.

 뒤돌아보면 순간은 이미 뒷모습만 남긴 채 사라져가고 있었고, 그 소멸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저자 소개


 저자: 오수영


 산책을 하다보면 어느새 지쳐있던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메모를 남기는 일도 그렇다. 현실이 답답할 때 무작정 펜을 들고 끄적이다보면 흩날리던 생각들에 연결고리가 생겨 한데 묶인다. 그렇게 묶인 생각들을 하나씩 차례로 풀어가다 보면 마음의 무게도 한층 덜어진다. 결국 메모를 남긴다는 것은 마음을 산책시키는 일과도 같다고 믿는다.

 

 현재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는 <진부한 에세이>,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날마다 작별하는>이 있다.



목차


 총 156페이지



본문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에는 내 삶에서 영영 지워진 것처럼 희미하다가도 눈만 감으면 생생하게 살아나 내 곁을 맴돈다.


 죄책감이나 아쉬움이 그들을 불러오기도 했고, 증오나 불안, 그리고 질투나 의심이 그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을 가장 강력하고 정확하게 이끌어오는 것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이었다.


 눈을 뜨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세 사라지지만 그들은 조금 더 오래도록 살아남아 눈에 아른거린다. 그러다 지워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없이 희미해진다.

 그들은 내 삶에서 소멸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흔적을 남기고 일상 밖으로 잠시 피신한다. 나와는 연관된 기억이 없는 척 위장하며 주변을 부유한다.

 

 추억이라는 바람이 불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력하게 휩쓸려 갈 때가 있다. 그럴 때 눈을 감는다는 것은 기억의 멱살을 잡고 내 앞으로 끌고 오는 것과도 같다.


 그리움을 품고 사는 사람들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가끔은 이 세상 너머에 살아가는 것처럼 눈을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그리움에 파묻혀 그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기약도 없이 마음대로 찾아왔다가 내킬 때 다시 떠난다. 그래서 마중도 없고 배웅도 없다.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가끔은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그리움인 것 같다.


 - 34페이지 중에서 -



 소중한지도 모르고 무작정 떠나보낸 순간들이 생각난다. 살아가면서 언제든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순간들이었는데, 돌이켜보니 그런 순간들은 그것으로 영원한 작별이었다. 물론, 아직 살아갈 날들이 더 많다고 믿고 있지만, 그 순간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함이 소중함이었을 때 알아채는 현명한 사람들은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63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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