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하고 불안했던 삼 년을 담은 소설

<오즈> 저자 성해나

입력시간 : 2019-10-09 00:54:17 , 최종수정 : 2019-10-09 00:54:17, 오도현 기자


책 소개


 <오즈>는 성해나 작가의 세 편의 단편소설을 담은 소설집이다.

 책은 커버업 타투를 하는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몸에 타투를 새겨주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오즈>, 불타는 굴 깊숙이 파고들어 그 안에서 죽는 토끼처럼 생존본능마저 포기해버린 청년 세대의 우울을 그린 <토끼굴>, 뜨개질을 통해 화해와 연대를 배워가는 여자의 이야기 <타래>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말한다.

 '이 세 편의 소설은 일 년의 텀을 두고 쓰였습니다.

 미숙하고 불안했던 저의 삼 년이 담긴 소설이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마다 다른 몸을 가지고 다른 삶을 경험하고 그렇게 타인을 이해합니다.

 제 삶에 가득 들어차 있는 이들의 세계를 응원하고, 안녕을 빌며 소설집을 엮고 펴냈습니다.'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오즈>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 그리고 질문이 되어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할 것이다.



<출처: 다시서점>



저자 소개


 저자: 성해나


 

목차


 오즈  9

 토끼굴  85

 타래  119


 작가의 말  151



본문


 이후에도 나는 할머니의 몸 상태를 살피며 간격을 두고 꽃을 새겨주었다. 두 번째 작업을 하던 날은 처음보다 더 많은 준비를 했다. 방에 있던 매트리스를 끌어 거실에 가져다 놓은 뒤, 그 위에 할머니를 눕혔다. 볕이 잘 드는 자리였다. 할머니는 지난번보다 편안해 보였다.

 바람이 부네.

 창밖을 보며 할머니가 말했다. 누워 있는 할머니 뒤로 숲이 울창했다. 바람이 불때마다 나뭇잎이 맞부딪히며 쏴아아하는 소리를 냈다. 청량한 하늘 아래 나무가 고요히 흔들리는 풍경을 할머니와 말없이 바라보았다. 

 할머니와 나는 상의를 해 간단한 신호도 하나 만들었다.

 숨이 안 쉬어지면 참지 말고 바닥을 치세요. 한 번 치면 괜찮다. 두 번 치면 멈춰라.

 할머니는 대답 대신 바닥을 한 번 쳤다. 그녀가 윗옷을 벗는 동안 나는 가방 안에서 코일머신과 잉크민, 그리고 메트로놈을 꺼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나는 할머니의 가슴에 조심스럽게 귀를 가져다댔다.

 뭐하는 거냐?

 할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더듬더듬 할머니의 말을 받았다. 

 자기 심장박동이랑 비슷한 박자의 소리를 들으면 긴장이 풀어진다고 해서요.

 할머니의 심박과 비슷한 속도로 메트로놈을 조정했다. 틱 탁 틱 탁. 느린 박자로 바늘이 움직였다.

 할머니 심장은 오십 비피엠이에요.

 말하며 좌우로 움직이는 추와 할머니의 가슴을 번갈아 가리켰다. 할머니는 미심쩍은 얼굴로 메트로놈을 쳐다보았다. 틱 탁 틱 탁. 박자에 맞춰 메트로놈이 움직이고 있었다. 할머니는 손을 가슴 위에 얹은 채, 추가 움직이는 것을 잠자코 지켜보았다. 심장박동 소리에 맞춰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느리고 깊은 숨이었다. 메트로놈의 박자와 합을 맞추듯 박동기도 붉은 빛을 내며 깜빡였다. 

 괜찮아요?


 - 오즈, 36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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