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개를 산책시키며 마주한 풍경과 사람을 담다

<산책하다 마주친> 저자 마진 오

입력시간 : 2019-10-17 20:59:26 , 최종수정 : 2019-10-17 20:59:26, 허상범 기자



책 소개


 <산책하다 마주한>은 마진 오 작가의 산문집이다.

 '혼자서 산책하면 보이지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다. 개와 함께 산책하면 비로소 나는 말 붙일 만한 존재가 된다.'

 작가는 보호소에서 덜컥 개를 데려온 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세 번 산책하며 마주친 사람과 풍경을 통해 2년간 지낸 동네와 동네 사람을 다시 배웠다고 말한다. 

 마진 오 작가의 <산책하다 마주한>은 개를 산책하며 마주하는 재미난 일상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정을 느낄 수 있다.



<출처: 이후북스>



저자 소개


 저자: 마진 오



목차


 총 66페이지



본문


 사람 얼굴과 이름을 잘 기억 못 한다. 인사하는 것도 귀찮다. 아주 오랫동안 나를 안 보이게 하는 데 치중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마주쳐 갑자기 보이는 존재가 되는 게 부담스럽다. 연고 없는 동네에서 인사할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고, 그래서 나는 편하게 돌아다녔다. 


 개와 산책하자 규칙적으로 마주치는 사람이 늘었다. 혼자 다녔다면 서로에게 말을 걸 생각도 못 했던 사람들이다. 며칠 연속으로 마주치는 바람에 얼굴을 익히게 됐다.


 내가 사는 빌라 바로 옆 골목은 여성안심귀가길이다. 밤 11시를 넘기면 노란 형광 조끼를 입은 선생님 두 분이 길목을 지키고 계시다가 혼자 걷는 여자를 발견하면 에스코트해 준다. 빨간색 편의점 의자 두 개를 놓고 앉아 계시거나 그냥 보도블럭에 털썩 앉아 계시는데, 개가 그분들을 보고 아는 척했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개로써 이례적이었다. 아마 두 분의 복장이 흥미로웠던 게 아닐까 싶다.


 "나한테서 개 냄새나니?"

 "너무 특이하고 예쁘게 생겼다. 종이 뭐에요?"


 개는 코만 쭉 내밀고 두 사람의 냄새를 맡다가 신이 났는지 펄쩍펄쩍 뛰었다. 물론 만지려는 손길엔 몸을 뒤로 뺐다.


 "나도 강아지 기르거든요. 얘 몸줄 했네, 하네스 탈출 안 해요?"

 "탈출할까 봐 매번 조여졌는지 검사해요. 예전에 한 번 벗고 나간 적 있어요. "

 "우리 집 애는 벗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그래서 맨날 탈출해."


 몸줄을 나뭇가지든 어디든 걸어서 고정하고 몸만 홀랑 나간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목줄을 한다고 했다.


 "목줄도 나쁘지 않죠."

 "근데 목이 졸린다고 하니까. 몸줄이 좋다고 하니까."


 둘 중 더 나이가 많은 분도 개를 기른다고 했다.


 - 동네 사람, 23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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