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떠난 친구 '혜지'에게 보내는 일상의 편지

<혜지에게> 저자 이봄

입력시간 : 2019-10-17 21:39:07 , 최종수정 : 2019-10-17 21:39:07, 허상범 기자


책 소개


 <혜지에게>는 이봄 작가의 에세이다.

 작가는 호주로 떠난 친구 혜지에게 일상을 적어 보냈다. 

 우표를 보내거나 메일로 전했고, 일 년 동안 총 스물다섯 통의 편지를 보냈다.

 이봄 작가의 에세이 <혜지에게>는 친구와 함께 한 추억, 그리움이 담긴 것은 물론,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고 자신을 기록하는 것으로 자신의 켜를 단단히 쌓아올리는 힘이 되었다고 말하는 작가의 진심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출처: 이후북스>



저자 소개


 저자: 이봄


 슬프거나 화날 땐 편지를 씁니다.

 스스로를 움직이는 힘은 위트와 위로라고 믿으며, 계속 무언가 만들고 있습니다.



목차


 총 196페이지



본문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어쩌면 일주일의 가장 큰 습관처럼 자리 잡아서 무의식적으로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잘 지내지?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친구들이 내게 몸이 몇 개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나는 좀 더 바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


 다음 주 월요일엔 작년 우리 전시에 왔던 대안학교 친구들과 만화 수업을 시작해. 화요일엔 아무것도 없고 수요일엔 독서모임을 하고 목요일엔 친구와 무엇이든 쓰는 모임을 하고 금요일엔 소설 수업에 가. 토요일엔 청년청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개발 스터디를 하고 있어. 오늘이 두 번째 시간이었는데 내가 발제를 맡아서 엄청 공부했어. 마치 대학 1학기 수업시간표를 짜서 돌리는 기분이야.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골라서 과정을 만들고 공부하는 만큼 쌓이는 거지. 대학 때보다 더 열심히 한 학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 2019/3/16, 27페이지 중에서 -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대체휴무날이라서 아침에 카페에 나오는 길이 한산하더라. 대기 중의 공기가 월요일의 긴장으로 팽창된 게 아니라 느슨하고 여유롭게 흐르는 것 같아.


 잘 지냈어? 나는 요새 여름맞이 잔병치레 중이야. 계속 골골거리며 아팠어. 무슨 말이냐고? 이게 다 상견례 때문인 걸까, 내가 상견례 때문에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받은 걸까,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지난주 토요일, 그러니까 4일 저녁에 인천에서 상견례를 했어. 일주일 만에 갑작스럽게 잡힌 일정이었는데 그래도 제법 순조롭게 진행되었어. 상견례 날짜가 잡히자마자 온 가족이 비상이 걸렸는데, 우리 집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이런 것이었지.


 "대체 뭘 입지?"


 - 2019/5/6, 77페이지 중에서 -



 절기라는 게 참 신기해. 광복절, 입추와 말복이 지난 이후에 정말 거짓말처럼 시원해진 거 있지.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고 있어. 하늘도 높아지고 가을 하늘 나름의 정취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야. 사실 작년에 비해 올여름은 덥지 않았어. 살만한 더위였다고 할 수 있어.


 나는 요새 바쁜 시간을 보냈어. 8월엔 일이 제법 들어와서 좀처럼 쉬는 날이 없었어. 6, 7월에는 일이 전혀 없었서 궁핍했거든. 실제 생활도, 마음도 말이야. 나의 경제활동이 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걸 너무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었어.


 6, 7월에는 내가 돈을 잘 못 버니까 마음이 더 가난해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꺼려 했어. 8월에는 그때와 달리 친구들도 만나고 수다도 많이 떨고 있어. 덕분에 내 생활에 수다가 얼마나 큰 힘인지 알게 되었어.


 - 2019/8/28, 159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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