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내 평생의 숙제, 평생의 바람은 굴레를 벗어나는 일입니다.

저자 김가지

입력시간 : 2019-12-31 16:16:06 , 최종수정 : 2019-12-31 16:16:06, 김미진 기자



책 소개


 <팔베개를 한 채로 멀어질 순 없잖아>는 김가지 시인의 시집이다.

 

 「더는 부를 수 없는 이름이 있다. 

 어떤 이름은 한 번도 크게 부르지 못했다. 

 늘 속삭여야 했던 이름을 썼다.」


 시집은 총 43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엔 김가지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우울전시집>의 시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한 권이 하나의 이름이기도, 지은이의 내면, 혹은 그를 둘러싼 세계이기도, 그저 누군가 읽어주어야 가치를 지닐 말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당신이 이름 붙인 그대로입니다.'

 

 시인은 말한다.

 "믿음이 내 평생의 숙제라면 평생의 바람은 굴레를 벗어나는 일입니다. 벗어나고 싶으나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한 삶의 굴레에서 시 쓰기는 유일한 굴레 밖의 삶이었습니다. 어떻게 읽고 어떻게 느껴도 괜찮습니다. 나의 굴레가 당신의 굴레가 아니듯."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김가지 


 책을 읽기 전 알아두면 좋을 이력이 없습니다. 




목차


 구름이 멋진 날엔  11 / 얼굴뿐인 노래  12 / 속성  14 / 팔베개를 한 채로 멀어질 순 없잖아  16 / 제비 둥지  18 / 모든 건 나의 변형입니다  20 / 포옹을 좋아해요  22 / 경계에서  23 / 겨울이면 너를 생각해  24 / 다만  26 / 꿈속의 꿈  28 / 꿈  30 / 벤치 손잡이의 용도  31 / 자전거 도둑  32 / 텅 빈 시간  34 / 난 당신을 구별할 수 있다  35 / 낙오자  36 / 질의응답  38 / 아무것도 할 수 없는  40 / 기도의 시  42 / 우리는 그렇게 동등하다  43 / 마음을 털면  44 / 그런 거  46 / 돌이킬 수 없는  48 / 하루살이  50 / 파리를 믿지 마시오  51 / 우리는  52 / 토너먼트 삶  54 / 바퀴벌레  55 / 아름다운 사랑을 한 기억은 없다  56 / 괜찮은 이름  58 / 생일 하루 전  59 / 상처 위로, 위로  60 / 시간은 금  62 / 역류성 식도염  64 / 까꿍 까꿍  66 / 반복  68 / 666  70 / 우리는 그래도 되는 사람처럼  75 / 나를 위해 기도하지 마세요  76 / 흰머리  78 / 홑겹의 몸  80 / 끝과 함정  82 




본문


 구름이 멋진 날엔 비가 온다

 어떤 확률로


 비가 내리는 날엔 나가지 않는다

 높은 확률로

 

 도박과 게임은 한 끗 차이래

 내가 본 영화에서 그랬어


 서둘러 사진을 찍는다

 구름이 멋지고 비가 올지 모르니


 - '구름이 멋진 날엔' 중에서 -



 먼저

 실체가 없는 물음엔 

 답할 의무가 없다는 걸 기억해

 

 눈길보다 안개 속에서

 더 많은 사고가 난다는 사실은

 얼굴만 있는 사람을 떠오르게 해


 그는 늘 흥얼거렸지

 흥얼거림은 노래일까

 지나가는 노래에 가까울지도


 얼굴만 있는 사람은 사람일까

 그냥 얼굴일 뿐이라면 

 얼굴은 사람일까

 

 물음이 자꾸 물음을 물어와

 

 흥얼거림은 중얼거림으로 


 멜로디는 휘발되고

 남은 건 말뿐인데

 

 멜로디 없이 쓰인 가사

 너를 노래라고 부를 수 있을까?


 - '얼굴뿐인 노래' 중에서 -



 어떤 것은 시간이 지나도

 단단해지지 않는다


 유연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단단해지는 일


 아무리 굳어도 더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단단해지지 않는다

 단단해지길 기다려도 

 단단해지지 않는다

 단단해질 수 없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처럼 

 어쩔 수 없다 


 어떤 것은 그 이상

 절대 단단해지지 않는다


 절대 돌아오지 않을 떠난 이처럼 


 - '속성' 중에서 -



 간혹 네가 정이 없다고 말하면

 답할 말을 찾지 못했어

 정 없다는 말이 꼭 저주 같아서 


 바늘로 허공을 찌르는데 왜

 손가락에서 피가 날까

 

 너는 모두에게 화를 내면서도 

 내게 화를 내진 않았지

 나는 화를 내는 사람도

 화를 견디는 사람도 아니라고


 팔베개를 한 채로 멀어질 순 없잖아

 나는 이별에 대해 잘 몰라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것도 몰랐어


 평화로운 날이 이어진다고 믿었는데 

 믿음의 근거는 오직 나의 믿음

 나의 믿음을 믿는 마음이 나의 믿음이었고 

 완벽한 믿음을 믿지 못할 이유가 없었지


 팔베개를 하고 서로의 젖꼭지를 만지며 

 너는 나를 위해 죽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너로 인해 죽은 건 나였어


 - '팔베개를 한 채로 멀어질 순 없잖아' 중에서 -



 뚜껑을 너무 꽉 닫으면 열기

 힘드니까 헐겁게 닫았다 너무

 향기 없는 사람이 된 거야 난

 덜 닫힌 틈 사이로 모두 날아갔으니

 

 당신의 이름은 아름다워요

 한 마리의 제비 같지요

 

 나는 얼마간 절망에 빠져야 했죠

 헐거운 마음으로 당신의 둥지에 앉아

 날아오길 기다려요

 돌아오길 기대해요

 

 아, 기억나질 않아요

 아름다운 이름이

 

 오로지 기다리는 나는 

 초점이 없는 눈동자를 갖게 되었지


 당신에게 나눠 준 헐거운 인사


 안녕이라고 말하면

 안녕이라고 답하는 


 인사를 나눌 당신, 돌아와요

 나는 당신의 자리에 둥지를 틀고

 

 있어요? 


 아, 기억나질 않아요


 - '제비 둥지' 중에서 -



 모두 나의 변형입니다

 나로부터 시작됐고

 나로 끝납니다


 모든 시작은 지금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작과 끝이 한 점에 존재했을지 모른다는

 루머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쉬운 계산법을 믿고

 시작도 나도 끝도 없다고 믿습니다

 모든 것이 나임에도 그들에게 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질문을 바꿔 당신은 언제 있나요

 시작부터 끝까지 없는데


 당신은 처음부터 당신

 누구도 당신을 낳지 않았고

 어디에서도 태어난 적 없습니다


 - '모든 건 나의 변형입니다' 중에서 -






Copyrights ⓒ 뮤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김미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