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준 곳

<'제주'껏 살래요> 저자 이리나

입력시간 : 2019-12-31 22:12:11 , 최종수정 : 2019-12-31 22:12:11, 김미진 기자



책 소개


 <'제주'껏 살래요>는 이리나 작가의 여행 에세이다.

 작가는 제주를 여행하며 깨달은 삶에 대한 속도와 방향에 대해, 늘 남을 먼저 신경 쓰느라 정작 챙기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허물없이 적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치킨 주문도 몇 번의 연습을 하고 전화를 걸 만큼 소심한 성격이라 유별나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제주를 다니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자 그런 소심한 자신의 모습도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작가에게 있어 제주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준 곳이며 이제는 내 마음의 고향이 된 고마운 곳이다. 

 이리나 작가의 여행 에세이 <'제주'껏 살래요>는 제주를 좋아하거나 여행을 가고 싶은데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분들, 그리고 '나'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출처: 인디펍>



저자 소개


 저자: 이리나


 마음이 향하는 쪽으로 가는 사람, 계절을 느끼며 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사소한 것에 큰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 소심하고 생각이 많아 유별나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 누구보다 신중한 사람. 그렇게 여행을 통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장들을 늘려가는 중




목차


 Prologue  8

 

 1) 갑자기 제주도요?  15 / 2) 50분  22 / 3) 제주 가는 비행기 안에서  23 / 4) 내가 게스트하우스 파티라니  30 / 5) 우도 가는 배 안에서  36 / 6) 내 맘대로 우도 즐기기  39 / 7) 비 내리는 제주  43 / 8) 어느 시골 동네의 게스트하우스  52 / 9) 제주의 동물 친구들  60 / 10) 택시 기사님  66 / 11) 쏟아지는 별을 본 적이 있나요?  70 / 12) 배낭  74 / 13)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78 / 14) 도망  84 / 15)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89 / 16) 제주를 지켜주세요  98 / 17) 제주의 오름  104 / 18) 당신의 스위치는 on or off  110 / 19) 오늘은 휴무입니다  114 / 20)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이유  120 / 21) 버스 타고 제주여행  126 / 22) 제주, 필름  133 / 23)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을 때까지  144 / 24) 자연으로부터  148 / 25) 사랑하는 '제주' 에서 내 '재주' 껏 살래요  158


 Epilogue  166


 「작가의 말」  174




본문


 이렇게 갑작스러운 여행은 처음이었다. 


 나에게 '여행' 이란 늘 계획적이고 수동적인 것이었다. 부모님을 따라 가족여행을 가거나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간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언니가 제주에서 여행 중이라며 사진을 보내주었다. 혼자 계획을 짜서 여행을 다닌다는 게 마냥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언니는 "너도 여기로 와! 혼자 있으니까 심심하다." 라며 갑작스러운 제안을 했고 난 그런 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쩜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지? 여행은 원래 한참 전에 계획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니야? 짐은 언제 싸고 비행기 티켓이며 숙소 예약이며 언제 다 하고 언제 떠나냔 말이야!' 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나에게 언니는, 지금은 비수기(겨울이었음)라 비행기 표와 숙소는 금방 구할 수 있다고 언니도 세세한 계획 없이 여행지만 정해놓고 대부분은 생각나는 대로 다니고 있는 거라고 했다.


 어려울 것 하나 없으니 몸만 오라고.


 그땐 참 이상하고 신기한 언니구나 싶었다.

 너무나 당당한 언니의 권유에 혼란스러웠다. 분명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혼란스러운 틈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새 바로 다음 날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짐을 꾸리고 있었다.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무계획 여행'을 

 

 그것도 '제주'로

 떠나게 된 것이다.


 운이 좋게도 저렴한 비행기 표를 잘 구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나, 비행기를 혼자 타는 것도 처음이었다. 


 지방의 작은 공항이고 국내선이라 간단한 탑승 절차이지만 그 모든 게 혼자서는 처음이라 온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몸은 긴장해서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쩔쩔매고 있던 나를 보셨는지 승무원분께서 먼저 물어봐 주셔서 무사히 짐을 부치고 티켓을 받고 게이트 안내를 받아 다행히 제시간에 비행기에 올라탔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라 눈 감고도 할 수 있지만, 그땐 정말 여행이고 뭐고 집에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올라타 자리에 앉았을 땐 내가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 같아 스스로가 기특하다가도,

 

 그동안 난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얼마나 없었으면 이 간단한 비행기 탑승도 못 하나 하는 마음에 씁쓸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언니의 권유가 아니었다면 내 생애 첫 무계획 여행은 아마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떠한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는 늘 주저하는 나였으니, 


 그렇게 갑작스러운 여행을 시작으로 나의 예측불허 제주여행은 계속되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소심한 나를 좁은 개울물에서 나와 큰 강으로 흐를 수 있게 꺼내주고 '여행은 계획이다' 라는 나의 오랜 편견을 시원하게 날려버려 준 언니에게 감사를 표한다.


 - '갑자기 제주도요?' 중에서 -



 청주에서 제주까지 가는 비행시간은 약 50분이다. 


 짧은 비행시간이지만 혼자 가는 50분 동안엔 참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생각도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풍경도 내 맘대로 볼 수 있다.


 즉 '나' 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50분이나 주어진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면 아마 놓쳤을지도 모르는 생각들과 장면들.


 그래서 그 짧은 순간이 나에겐 너무나 소중하다.


 - '50분' 중에서 -



 창밖 풍경을 내다보면 높이 올라갈수록 사람은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지고 산과 바다는 점점 거대해진다. 

 

 그 광활한 자연 속에서 사람은 정말 미세한 것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다.


 개미만큼 작아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이 지구에 사는 개미 중 하나인 셈인데 

 인생 한 번 사는 거 일개미로만 살지 말고

 즐기면서 사는 개미가 되어야겠다!'


 라는 엉뚱하지만 옳다고 믿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제주에 거의 도착을 할 때쯤 내 앞자리에 앉은 남자아이의 손가락이 비행기 창문 쪽으로 스멀스멀 향하는 모습에서 '설렘' 이 느껴졌다.


 "아빠, 우리 이제 제주도에요?? 저 섬이 제주동니 거에요?"

 라며 한껏 들뜬 목소리에서는 '기대' 가 느껴져 그 순수하고 밝은 모습에 웃음이 났다.


 나도 이 아이처럼 순간의 설렘을 온전히 만끽할 줄 아는 여행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제주 가는 비행기 안에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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