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작아지는 나에게 건네는 주문, 알 바야 쓰레빠야!

<알 바야 쓰레빠야> 저자 문연이

입력시간 : 2020-01-07 20:01:48 , 최종수정 : 2020-01-07 20:01:48, 오도현 기자


책 소개


 <알 바야 쓰레빠야>는 문연이 작가의 에세이다.


 '내가 좋으면 그만인데 자꾸 겁을 먹고, 눈치를 보고, 작아지는 나에게 건네는 주문, 알 바야 쓰레빠야!'

 

 틈틈이 작가를 옭아매는 것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좋다, 높다, 많다, 빠르다 같은 형용사를 가지고 있었다. 빨리/늦게 취직했다, 연봉이 높다/낮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 늦었다/충분하다. 그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남들과, 대체로 잘난 남들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개념이었다.

 작가는 문득 나는 누구를 위해 사는지 궁금해졌고, 그러다 금세 부끄러워졌다. 종도 아닌데 꼭 누구를 위해 거창하게 울려야만 하는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나일 수 있게, 내가 하는 선택의 기준이 오롯이 나일 수 있도록 <알 바야 쓰레빠야>를 외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책에 담게 되었다.

 문연이 작가의 에세이 <알 바야 쓰레빠야>는 요즘 부쩍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감이 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위로와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저자 소개


 저자: 문연이




목차


 프롤로그_'알 바야 쓰레빠야'의 주어  6


 떡볶이는 먹지 못했지만 호떡은 먹고 싶어  12 / 찬란하게 빛나는  18 / 서로 폐를 끼쳐야 성립되는 관계  24 / 어긋난 계획  29 / 나는 나를 돌볼 권리가 있다.  36 / 질투의 화신은 신피질  44 / 부모에게도 자격증이 있다면  49 / 천사가 품은 마을, 아씨시  57 /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67 / 손톱을 깎는 일  72 / 세부에서 만난 5명의 사람들  76 / 아빠가 로또에 당첨됐다.  86 / 행복하자를 대신할 인사말을 찾았다.  94 / 사랑 지상주의  98 / 평생 잊지 못할 맛이 있다.  106 / 함께 글을 쓴다는 것  112 / 제1차 만두 전쟁  120 /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는 불안을 품고 사는 나에게  131 / 엄마와 삶은 계란  139 / 사바이 사바이  143 / 만날 수 있을 때 만나야 한다.  149 / 자발적으로 고립되기 1  155 / 자발적으로 고립되기 2  160 / Love is an open door  168 / 갖고 싶은 초능력이 있나요?  171 / 파리 연작  178 / 너의 행복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될게  189 / 카르페디엠이라는 낭만  197 / 내 삶이 한 달짜리라면?  202 / 나는 슬플 때 콧노래를 불러  207 / 나의 의미  212


 에필로그_위로의 방법  218




본문


 책 한 권을 만드는 동안 가깝고 먼 곳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기쁜 소식만 가득했다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잘 알고 지내던 사람 또는 친분은 없지만 알고 있던 사람들이 다치고, 사라지는 걸 지켜보면서 차마 '알 바에 쓰레빠야'라고 외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분노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왜 자꾸 남을 물어뜯고 나를 할퀴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이 물음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우리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너무 많은 관심을 두고 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우연히 본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의학과 임상 부교수님의 글에서 '행복한 사람은 자신에게 덜 집중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에게 지나치게 집중하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고, 그것이 자신을 더 자책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이지요. 그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나 자체를 인정하는 노력, 사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책 속 <찬란하게 빛나는>이라는 글에서도 말했듯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던 걸 다른 시야에서 보면 나만이 발할 수 있는 빛이 되기도 합니다. 구태여 빛일 필요도 없어요. 약점이 약점이면 어떤가요. 누구나 약점 하나쯤은 품고 살잖아요.

 내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남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우리는 완전히 같아질 수 없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합니다. 이는 상호 간의 존중을 이끌어내니까요. 존중은 '나'와 '남' 사이에서 'ㅁ'의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타인과 같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것이 절대 이상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존중 없이 타인에게 지나치게 마음을 쏟으면 두 존재 사이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나와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도르마무의 세계에 갇혀버리게 돼요.

 마음은 내 것인데 이게 지나치게 타인에게 쏠리게 되면 내게는 그에게 쏟은 마음의 찌꺼기만 남습니다. 그래서 쉽게 열등감을 느끼고, 쉽게 판단하고, 쉽게 비난해서, 끝내 쉽게 해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 '프롤로그_알 바야 쓰레빠야의 주어' 중에서 -



 "저는 오늘 저랑 밥 먹을게요!"


 일주일에 한 번은 나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이 시간은 정신없이 보낸 오전과 더 정신없이 보낸 오후 사이에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이다.

 할슈타트에서 잘츠부르크로 넘어온 뒤 친구들은 스위스로, 나는 이탈리아 베니스로 각자의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시끄럽게 웃고 떠들고 가끔은 서운했다가 다시 사랑하게 되는 시간을 같이 보내고 마침내 헤어져야 할 날이 찾아왔다. 나는 베니스행 야간열차를 타야 했으므로 다음날 오전까지 잘츠부르크에 머무르는 친구들이 역까지 배웅해주었다. 그때부터였다. 막연히 설렐 것으로 기대했던 혼자 여행이 서글퍼지기 시작한 것은. 친구들과 함께 다녔을 땐 원래 내려야 할 도착역에 제때 내리지 못해 들어본 적도 없던 역에 내려 멍하니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했을 때도 어드벤처 만화 주인공이 된 것처럼 신나기도 했었는데, 그 일이 혼자 있을 때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장르가 호러로 바뀌었다. 

 갖가지 상념에 당장이라도 표를 취소하고 친구들을 따라가고픈 마음을 겨우 뒤로하고, 꽃무늬 캐리어에 멜랑꼴리한 기분까지 담아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하필 좁은 2층 침대 좌석을 배정받아서 낑낑거리며 침대 위로 올라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혹시나 내가 잠들었을 때 소매치기가 캐리어를 훔쳐 가기라도 할까 봐 기다란 자물쇠로 캐리어와 내 발목을 동여맨 채 자는 것도 안자는 것도 아닌 상태로 멍하니 누워있었다. 열차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무심히 내달렸다. 어느새 동이 터 오르기 시작하며 부서지는 햇살 사이로 바다가 드러났다. 베니스에 도착했다. 


 - '나는 나를 돌볼 권리가 있다.' 중에서 -



 스무 살하고 0.5살을 더 먹을 무렵에 몹시 아팠다. 몸이 아닌 마음이 아팠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났다. 웃고 있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고 있어야 하는 게 힘겨웠다. 올라가는 입꼬리는 낚싯대 같았고 가라앉은 마음은 낚싯바늘에 찔린 것처럼 콕콕 쑤셨다. 눈앞에서 쌩하니 지나가는 자동차가 두렵지 않았다. 지하철이 들어올 때만 열리는 스크린도어가 미웠다. 그때는 뭐랄까 슬프기보다 허무했다. 우울증은 우울하게 만드는 병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지우는 병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살고 싶은 의욕은 없었지만 삶을 등질 수는 없었다. 내게는 엄마와 아빠와 동생과 친구들이 있었으니까. 혼자서 씩씩하게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의자에 앉자마자 '어디가 아파요?'라고 물었고, 나는 내 아픔을 묻는 그 다정한 목소리에 울음으로 답했다. 선생님은 으레 있는 일이라는 듯한 손짓으로 티슈를 뽑아 건넸고 나는 소리도 안 내고 투둑투둑 떨어지는 눈물을 닦았다. 

 여러 가지 질문이 있었다. 어렴풋이 이 우울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문제는 사실 껍데기에 불과했고 근원지는 더욱 옛날의 기억과 깊은 심연에 존재했다. 부끄럽기도 했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주어진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고 그 보상으로 처방전을 받아왔다. 눈가는 팅팅 붓고 벌게졌지만 손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약봉지를 보니 이제 다 괜찮아질 것만 같은 희망이 차올랐다. 제 마음을 스스로 보살필 줄 아는 어른이 된 듯한 기특함도 덤으로 따라왔다. 

 처음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걸리는 당연한 병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우울증이라는 병 앞에 붙여야 하는 원인이란 수식어를 구구절절 읊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엄마에게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티를 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 비밀을 털어놓을 상대로 엄마는 가장 만만했고 믿을 만했다. 


 - '사랑 지상주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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