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초딩 딸과 함께 떠난 27일간의 미국 동부 여행

<마흔 둘의 여름방학> 저자 정희연, 윤이나

입력시간 : 2020-01-22 00:15:04 , 최종수정 : 2020-01-22 00:15:04, 허상범 기자



책 소개


 <마흔 둘의 여름방학>은 정희연(엄마) 작가와 윤이나(딸) 작가의 여행 에세이다.

 18년째 한 직장에서 근무를 하던 10년 차 직장맘인 정희연 작가는 번아웃 증상을 보여 한 달간의 달콤한 휴직을 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늘 학원으로 돌던 10살 초등학생 딸 윤이나 작가와 함께 27일간의 미국 동부 여행을 갑자기 떠나게 되었고, 눈물겹게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며 글로 기록하고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책을 만들게 되었다.

 책은 미국 플로리다주 중부의 도시 올랜도에서 2주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워싱턴, 나이아가라, 뉴욕, 보스턴 순으로 여행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담았다.

 정희연, 윤이나 작가의 여행 에세이 <마흔 둘의 여름방학>은 독자들에게 모녀의 유쾌하고 행복한 27일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저자 소개


 저자: 정희연, 윤이나(그림)




목차


 총 240페이지




본문


 체크인시 항공사 지상 직원이 얘기하길, 경유지에서 환승 시간이 매우 짧으니 도착하면 빠르게 움직이라고 한다. 환승 시간이 2시간이나 되는데, 왜 촉박하다고 하지? 나의 첫 목적지인 올랜도는 직항이 없다 보니, 이 항공사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안한 일정대로 티켓팅을 했을 뿐이다. 


 직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맙소사! 미국은 환승 할 때 첫 도착 도시에서 입국심사를 해야 하고, 일단 짐을 찾은 후 다시 부쳐야 한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이 항공사는 이러한 정보도 없이 티켓을 판해하는 걸까? 몇 년 전에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서 LA에 간적이 있다. 그때는 짐을 찾지 않았는데, 몇 년 사이에 바뀐 걸까? 짐을 찾았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입국심사줄이 길어 비행기를 놓치면 어떡하지?

 

 머릿속이 복잡한데, 항공사 직원이 짐을 빠르게 찾을 수 있게끔 해주겠다고 한다. 일등석 승객들의 짐에나 붙을 법한 형광색 꼬리표를 나의 짐에 붙여주었다. 


 그저 꼬리표가 하나 붙었을 뿐인데, 나의 마음은 평온을 되찾았다. 이제 짐도 다 부쳤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해보자!


 - 'Airport 형광색 꼬리표 하나로 마음이 평온해지다' 중에서 -



 디즈니월드의 불꽃놀이가 다른 디즈니랜드에서보다 훨씬 멋지단 이야기를 듣고 기대를 많이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불꽃놀이는 꼭 보고 가야겠다 싶었는데, 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왜 하필 지금 흐려지는 거지? 예전에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불어서 불꽃놀이가 취소된 적이 있다. 그때가 떠오르며 올랜도까지 와서 불꽃놀이를 못보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디즈니 성 앞에 자리를 잡았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날이 흐리더니 결국 비가 오는구나… 날씨가 좋지 않아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예정시간보다 15분 정도 지난 후, 비가 조금씩 줄어들었고 드디어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디즈니 성을 비추는 레이저가 색다르다. 모스크바 성 바실리 대성당이 연상되기도 했다. 


 불꽃놀이를 대하는 자세도 다른 디즈니랜드에서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모두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인가? 아니면 나만의 착각? 어쩌면 비 때문에 취소될 뻔 한 게 더 열렬한 반응으로 이어진 것인가? 어쨋든 우리도 덩달아 환호를 보내며 축제를 즐겼다.


 - '멋진 공연을 보듯 모두들 불꽃놀이를 즐기다' 중에서 -



 덕투어 보트에 올라탔는데 이미 사람들이 다 탑승한 후였다. 운전석 바로 뒷자리만 비어있었다. 거기에는 '아이를 동반한 경우'에만 앉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모두들 아이 동반이 아니라서 비워 둔 걸까? 


 잠시 후 기사님과 가이드님이 탑승했다. 가이드는 턱수염이 길었고 다소 특이하고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했다. 산신령 느낌도 들고 복싱선수 같기도 했다. 


 덕투어에서는 총 8개 언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한국어는 8번이다. 하지만 관광장소에 도착했을 때만 설명이 나온다. 가이드가 얘기하는 내용이 실시간으로 통역되는 것은 아니다. 나 같은 외국인을 배려하여 조금 더 정확하고 천천히 얘기해주면 좋으련만! 영어를 못하는 내 잘못이요. 


 어느새 우리의 오리는 찰스강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찰스강에 들어가자 가이드는 어린이 승객들에게 직접 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가이드는 손수 내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운전석에 있는 이나를 찍어주었다. 그리곤 날 나오라고 하더니 본인이 우리 모두가 나오게 셀카를 찍는다. 마지막에는 아이에게 덕투어 스티커를 준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금세 이나의 표정이 환해진다. 


 - '꽥꽥! 육지를 달리다 강물 위를 가르다 - 덕투어' 중에서 



 97년의 여름을 전부 다 기억할 수 없지만, 몇 군데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존 핸콕 타워' John Hancock Tower 이다. 1976년에 완공된, 존 핸콕 보험회사에서 세운 60층 건물이라고 한다. 함께 어학연수를 했던 친구들과 같이 야경을 봤는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래, 숙소로 가기 전에 야경을 보자! 저녁 9시가 가까워지자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존 핸콕 타워 앞에 다다르자, 직원이 건물 앞 의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난 이 건물이 문을 닫았는지 물었다. 직원은 정리하며 대답하길, 모두 끝났다고 한다. 전망대도 끝났는지 물으니, 전망대는 여기에 없고 푸르덴셜 센터로 가야 하는데 아마 끝났을 거라고 답한다. 


 정리하느라 바쁜 직원을 붙들고 난 또 한 번 묻는다. 

 "이상하네요. 몇 년 전에 전망대가 있지 않았나요? 

 제가 예전에 왔던 기억이 있어서요."


 그러자 직원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있었죠. 2001년에 없어졌습니다."


 민망했다. 난 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911 테러 이후로 존 핸콕 타워 전망대가 폐쇄되었다고 한다.


 - '과거에서 오셨나요?' 중에서 -



 이나는 오늘도 퍼블릭공원에 가고 싶어 한다. 

 "엄마, 공원에 가기 전에 CVS에 들러요."

 "간식 먹고 싶은거야?"

 "청솔모에게 줄 간식 사려고"


 CVS에 들러 견과류를 하나 샀다. 이나는 청솔모들이 이걸 잘 먹을지 궁금해 했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이나는 달려가서 청솔모부터 찾기 시작한다. 한 마리가 보이자 얼른 견과류 하나를 던져줬다. 그러자 청솔모는 귀엽게 견과류를 받아 들어 야금야금 먹는다. 이나는 공평하게 한 마리에게 한 개씩 준다며, 다른 청솔모한테 이동했다. 이렇게 청솔모를 만날 때 마다 견과류를 한 개씩 던져줬고, 청솔모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견과류를 받아 먹었다. 


 보스턴에는 가을이 성큼 찾아왔나 보다. 저녁이 다가오자 날이 꽤 선선하다. 이나는 오전에 하버드 대학교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후드티를 꺼내 입었다. 기념품점에서 나도 마음에 드는 색상, 디자인의 티셔츠가 있었는데, 앞쪽에 적혀있는 문구 때문에 살 수가 없었다.

 '난 미래의 하버드 대학교 신입생'


 - '나는 간식을 안먹어도 청솔모한테는 먹인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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