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중심 ESG 한계…역사·젠더 인식 부재 지적
“브랜드 가치관까지 보는 시대”…ESG 재정립 필요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책임을 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등장한 지 오래다. ESG 경영은 실행 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릴 정도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에 소셜밸류(SV)는 기업의 ESG 전략과 실천 의지를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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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5·18민주화운동 연상 마케팅 논란을 계기로 기업들의 사회적 감수성 부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무신사의 박종철 열사 희화화 논란, GS25의 ‘집게손’ 젠더 갈등 논란 등 업종을 불문하고 유사한 이슈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역사·젠더·정치 등 민감한 사회적 맥락을 책임감 있게 다루는 것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ESG)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 마케팅 논란 이후 기업들의 과거 유사한 역사 인식 논란 사례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무신사의 ‘속건성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 문구가 사용된 양말 광고 이미지를 공유하며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그로 시발된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라며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사실이라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광고는 무신사가 지난 2019년 게재한 양말 광고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무신사는 광고를 즉시 삭제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조만호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박종철기념사업회를 직접 찾아 사과했고, 유가족에게도 사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현재까지 박종철기념사업회에서 7년간 꾸준히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무신사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2019년 사건 이후 전 임직원 대상 역사 교육을 진행하고, 마케팅 콘텐츠와 홍보물 제작 과정 전반에서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보다 엄격히 검토할 수 있도록 다중 검수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7년 전의 뼈아픈 과오는 무신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엄중한 교훈으로 남아 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 왜 이번엔 회장까지 나섰나…이례적 대응 배경 주목
앞서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8일 텀블러 프로모션 행사 포스터에 5월18일 날짜와 함께 ‘탱크 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 표현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 계엄군의 광주 탱크 진입과 1987년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논란이 확산되자 신세계그룹은 이례적인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즉시 해임하고 행사 기획 책임자 등에 대한 중징계를 직접 지시했다.
이튿날인 19일에는 본인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그룹 차원의 역사 인식 부족을 인정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스타벅스코리아 논란 대응 수위가 유독 높았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022년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검출 논란 당시 관련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증정을 2주간 이어가며 ‘늑장 대응’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현재 광주 지역에서 대규모 복합쇼핑몰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만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호텔·콘도·워터파크 등을 포함한 체류형 복합단지 조성이 목표다.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상징성이 큰 지역인 만큼, 지역 정서와 민심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향후 복합쇼핑몰 사업 전개 과정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강도 높은 대응의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의 브랜드 운영 구조 역시 신속 대응 배경으로 거론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999년 미국 스타벅스와 신세계그룹의 합작 형태로 출범했고, 2021년 이마트가 미국 본사 보유 지분 일부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다만 현재도 스타벅스 브랜드 운영은 미국 본사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시 계약에는 일정 조건에서 이마트 측 귀책으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미국 본사가 이마트 보유 지분을 할인된 금액에 다시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정치·사회적 논란 관리에 엄격한 만큼, 논란이 확산되기 전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조치를 통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사 귀책 사유에 따른 ‘의무불이행’(출점계획 미달·채무불이행·비밀유지위반 등)발생 시 라이선스 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이번 이슈는 글로벌 스타벅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상 계약 해지에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판단. 이에 계약상 영향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용진 회장은 이번 사고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기념일에 일어난 것에 대해 격노하고, 그룹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를 주문했다”며 “이는 이번 일을 일벌백계의 본보기로 삼아 다시는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용진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 기업 사회적 책임 어디까지…‘ESG 감수성’ 재정립 필요
유통업계를 비롯한 기업 현장에서는 역사·젠더 등 사회적 갈등 이슈를 둘러싼 마케팅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2021년 GS25는 홍보물 속 캐릭터 손 모양이 남성혐오 표현으로 알려진 이른바 ‘집게손’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젠더 혐오’ 프레임이 확산되며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이어 이마트24·BBQ·교촌치킨·동서식품 등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2024년에는 르노코리아 신차 홍보 영상 속 직원 손동작이 또다시 젠더 갈등 논란을 촉발하며 콘텐츠 검수 체계 문제가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단순 마케팅 실수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인식과 내부 필터링 시스템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SG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친환경이나 사회공헌 활동 중심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이유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역사·정치·젠더 관련 사안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로 끝나지 않고 브랜드 신뢰와 기업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비자들도 이제는 제품 자체뿐 아니라 기업의 가치관과 태도까지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통상 기획 단계부터 최종 결과물 배포 전까지 여러 차례 검수 과정을 거치지만, 소비자 접점이 많은 기업일수록 표현과 이미지, 문맥 등을 더 민감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꼼꼼히 검토하는 과정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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