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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모임] '악보'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글들

권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2-06 19: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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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com]






[뮤즈:이수민 작가] 인생은 그 어느 것이나 아름답다.

탁 트인 청량한 고음은
관중의 박수갈채를 끌어낸다.
경외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아름답다.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것은 악보에 없었던
따듯한 음색, 미묘한 감정, 작은 떨림.
듣는 이의 관심, 그리고 그때의 감정.

같은 악보를 연주해도 같은 음악이 될 수는 없다.
같은 삶을 살더라도 같은 인생이 될 수는 없다.

귀 기울여 들으면, 화려한 기교가 아니더라도,
아주 평범한, 조곤 한 목소리로도
진심을 담아서, 눈물이 터질 정도로 아름다운.

담담하게, 그대로의 이야기를 부르고
따듯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줄 이가 있다면

인생은, 그 어느 것이나 아름답다.







[뮤즈:심규락 작가] [기보법(記譜法): 머리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서반어로는 Sarabande! 이 노래는 부르면 벌 받습니다!’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인가? 무릇 사람이라면 길 없는 땅 위를 걸어야 하네.’
다섯 개의 선으로 이뤄진 소리의 전개도, 바람의 색채를 기록하는 오선지에는 인간의 바람이 서려있다.
그리고 여기, 감각이 서린 2차원의 평면도 하나를 두고 동양과 서양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17세기 중반의 어느 해안가, 풍차의 바람을 타고 새매 한 마리가 내렸다.
삼다도에서 한양으로 압송된 새매는 유일하게 서양의 먹을 갈 줄 아는 서기이다.
가방을 뒤져보니 바다 지평선을 빼닮은 다섯 개의 보표가 아쟁의 선율처럼 흘러나오더라.
그리고 이는, 동양과 서양의 조표가 제자리표(Natural)를 대면하는 다음 악장으로 변모한다.

‘레파라, 파라라, 파라레. 이건 화음이 아닙니다. 무조건 선에 걸치는 머리가 있어야 합니다.’
‘풍수론에는 이런 말이 있다네. 무도 즉 안전, 다시 말해 길이 없어야 안전하다. 고로 머리는 빈 길에 넣어야 하네.’
다섯 개의 선으로 이뤄진 세상만사의 4차선, 과연 이 길에도 인간사처럼 법도가 있는가.
그리고 이때, 정간보와 오선지가 충돌하여 대륙 이동설을 충실히 따른다.

동양의 정간보는 시작점을 중시한다. 마치 갓 태어난 자식 놈을 한 살로 치듯이.
서양의 오선지는 시간의 흐름을 중시한다. 음악의 3요소에 수직의 화음이 아닌, 수평의 화성이 들어가듯이.
정해진 논밭 속에서 인간이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풍수의 유량(有量) 악보.
그리고 지평선 너머로 인간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삶의 부표들에 대한 해양지도.

17세기 중반의 삼다도 어딘가, 그날엔 같은 인류이나 다른 인류들이 조우했다.
17세기 중반의 한양 어딘가, 그날은 그렇게 같은 소리를 두고 다른 소리들이 오갔다.






[뮤즈:오도현 작가] 오선지




변화에 유연하고 정해진 답이 없는 세계




처음에는 '도'에서 '라'까지의 6 음계(Hexachord System)만이 존재했다. 6 음계는 이탈리아 음악 이론가이자 교육자, 그리고 수도사였던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에 의해 탄생되었다.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예배 의식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성가들을 보다 수월하게 익히도록 하기 위함이었는데, 당시 교회에서 사용되는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 위해서 약 10년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 당시 사용되던 성가의 교육은 선생 각자 만의 방식과 체계가 있었고, 보통은 구전으로 교육하고 따라 부르면서 습득해야 했다. 전체적인 곡을 기억에만 의존해서 불렀어야 했던 방법은 한계가 있었고, 시간적인 부분에서도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에 모두들 공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생각만 하고 방법을 찾지도, 입 밖으로 불만을 이야기조차 못하고 있을 때에 귀도가 해결책을 찾아냈고 자신의 이론을 자신 있게 펼침으로써 지금의 오선지, 악보(이 당시에는 손으로 음계를 익혔다. '귀도의 손')가 우리 곁에 있게 된 것이다. 이 6 음계는 시간이 지나 7 음계로 확장되었고 사람들의 생각과 영감은 영원히 기록될 수 있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화성학(화음을 연속시키는 방법, 음악의 공식), '대위법(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조화롭게 하는 이론)이 등장하였고, 이 규칙에 어긋나는 음악은 음악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해진대로 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등장하였고, 그들로 인해 재즈(Jazz), 현대음악과 같은 장르가 탄생하였다. 우리가 즐겨 듣고 있는 대중가요도 '불협화음'을 사용하여 음악에 새롭고 다채로운 힘을 부여하고 있다. 당시에는 틀렸다고 손가락질받던 것들이 이제는 떳떳하게 각자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 혹은 권위주의적 의식에 빠져 있는 몇몇 고위 공직자들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정해놓은 불합리적이고 불편한 그리고 그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규칙에 대해 음악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걱정과 우려의 메시지를 위로라는 멜로디에 담아 전해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악보의 탄생과정과 음악이라는 세계에서 일어났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변화와 타협의 과정에서 완성된 악보, 그 안의 멜로디들의 흔적들은 한없이 안정적이고 아름답다. 이 세계의 탄생은 익숙함과 안주함이 아니라 현실에 저항하고 불편함을 편함으로 착각하지 않으려는 노력, 정해놓은 답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용인하는 마음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악보에 남겨진 흔적들의 하모니가 여기에도 울려 퍼지길 바라본다.




"그들이 가지런히 줄 처진 종이를 주거든 줄에 맞추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써라."


- 후안 라몬 히메네즈 (스페인 시인)-






[뮤즈:장성희 작가] 창작의 고통

너를 읽는 악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느 음을 내야 하는지,
어디서 쉬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텐데..

너를 볼 수 있는 악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느 세기로 내야 하는지,
지금이 어디쯤인지 알 수 있을 텐데..

너를 느낄 수 있는 악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떤 리듬인지,
애드리브를 넣을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텐데..

어쩌면..
나는 너라는 악보를 오늘도 작곡하고 있는 걸 지도.






[뮤즈:한상욱 작가]




오선지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걷는 것을 봤다. 다른 사람이 걸어가는 길에서 저 사람은 걸으면서 저런 소리가 나는구나. 한번 따라 해 봤다. 나는 그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리듬도 화성도 따라 해 봤지만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끝까지 곡이 끝날 때까지 따라 하고 나서야 알았다. 내 인생은 남이 작사하고 작곡해주지 않는 것을







[뮤즈:허상범 작가] 당신의 영혼을 채우는 것들

예술가의 다섯 손가락에,
위태롭게 매달린
고통의 낙인이 춤을 추면
괴로움은 기쁨으로 승화되고
슬픔은 위안이 된다.
음악은 그런 것이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다.
나는 당신의 영혼이
이러한 것들로 가득 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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