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고객 CMA CGM, 초대형선은 中으로...금리 급등에 발주 부담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르노 공급망까지 ‘총파업 변수’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약탈과 방화로 번지면서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백화점의 현지 매장 주변 치안이 나빠졌고, 아모레퍼시픽 등 K-뷰티 브랜드가 입점한 세포라도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국채금리 급등과 총파업 예고까지 겹쳤다. 조선업계의 수주 환경과 배터리 업계의 유럽 사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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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로 불에 탄 차량 옆을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 제공 |
◇ 전자·유통, 삼성·현대百 매장 '비상'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 마들렌점’은 파리 8구 말제르브 대로 초입에 있다. 지난 17일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한 마들렌 광장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다.
이 매장의 직접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광장에서 약 3km 떨어진 마젠타대로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 괴한 20여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삼성 스마트폰 70대와 아이폰 50대, 컴퓨터 약 50대, 현금 8000유로를 훔쳐 달아났다. 매장 측이 밝힌 피해액은 최소 14만유로(약 2억원)다.
현대백화점이 K-패션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인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 주변에서도 약탈이 벌어졌다. K-뷰티 업계는 현지 유통 파트너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세포라는 프랑스 매장 약 20곳이 털리자 17일 오후 5시 전 매장의 문을 닫았고, 이튿날에도 도심 매장 영업을 중단했다.
세포라는 아모레퍼시픽의 프랑스 주력 판매처다. 라네즈가 프랑스 세포라 전 매장에 입점해 있고, 올해는 에스트라도 유럽 17개국 세포라 매장 약 680곳에 차례로 들어가고 있다. 코스알엑스와 조선미녀 등도 현지 마트 체인 모노프릭스에서 판매되고 있다.
19일부터 파리·리옹·니스 등 주요 도시 일부 구역에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되면서 영업시간은 줄고 보안 비용은 늘었다. 올해 1~9월 대프랑스 소비재 수출은 6.5% 늘며 성장세를 이어가던 참이다.
사태가 길어지면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한국산 가전·화장품 수요가 꺾일 수 있다.
자동차는 이미 수출이 줄어든 상태다. 같은 기간 대프랑스 차량·부품 수출은 5억6124만달러로 16.4% 감소했다. 연말 대목을 앞둔 현대차·기아로서는 현지 소비 위축이 또 하나의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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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 8구 말제르브 대로에 있는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 마들렌점.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마들렌 광장과 가깝지만 직접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사진=삼성전자 제공 |
◇ 조선, 中 쏠림 속 HD현대 'CMA CGM 물량' 주목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프랑스 수출액은 37억6413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줄었다. 감소를 이끈 것은 선박이다. 선박·수상구조물 수출은 10억7452만달러로 51.5% 급감했다.
이는 시위 영향이라기보다 인도 시점 차이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8월 6억9760만달러였던 선박 수출이 올해 8월에는 한 건도 없었다. 선박을 뺀 대프랑스 수출은 오히려 1.5% 늘었다.
국내 조선업계와 프랑스를 잇는 고리는 세계 3위 선사 CMA CGM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월 CMA CGM으로 추정되는 유럽 선사로부터 1만55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12척을 3조7160억원에 수주했다.
이 선박들은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돼 2028년 12월까지 인도된다. HD현대삼호도 2024년 같은 선사로부터 1만3000TEU급과 8000TEU급 등 21척을 수주해 건조 중이다.
문제는 알짜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CMA CGM은 2만TEU급 이상 초대형선을 잇달아 중국에 맡기고 있다. 다롄조선에 2만2000TEU급 10척(약 21억달러)을 발주했고, 양쯔장조선과는 2만4000TEU급 12척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 불안도 변수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1일 장중 5.002%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었다. 선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면 신조 발주 결정도 늦어질 수 있다.
◇ 에너지, LG엔솔·SK온·삼성SDI ‘유럽 전력값’ 변수
에너지 부문은 11월 5일 총파업에 전력·가스 노조가 가세할 지가 관건이다. 프랑스는 원전 57기를 운영하며 전력의 대부분을 원전으로 생산하는 유럽의 주요 전력 수출국이다. 지난 9월 노조 파업 때는 하룻밤 사이 발전 용량 6.5GW가 빠지기도 했다.
파업이 재연되면 유럽 전력 도매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 전력 소모가 큰 배터리 공장을 유럽에 둔 국내 기업들로서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연산 약 90GWh 규모의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에 공장을 두고 있다.
프랑스는 주요 고객사가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전기차 약 59만대 분량으로, 브로츠와프에서 생산된다. 총파업이 자동차산업으로 번져 르노의 현지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배터리 납품 일정도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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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 항만 파업·총파업 줄줄이...물류 차질 우려
물류 리스크도 남아 있다. 지난 16일 마르세유-포스 항에서는 노조 간 갈등으로 7시간 파업이 벌어졌다. 오는 30일에는 CGT 항만노조가 전국 항만에서 24시간 파업에 나선다. 유럽행 국내 화물의 하역과 내륙운송이 늦어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이슈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유통이나 물류, 현지 소비 판매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기업과 소통하면서 지원할 부분이 있으면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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