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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만 왜곡 시킨 14년 된 낡은 규제…'유통산업발전법' 이번엔 개선될까

한시은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6 1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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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둘러싼 규제 논쟁…유통 규제 형평성 도마
온라인 유통 비중 8.9%→28.2%…법은 구식에 멈춰
쿠팡 매출 4년 새 210% 급증…대형마트 3사는 4.7%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을 둘러싼 규제 완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유통 규제가 산업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기형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비공개 협의체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규정에 전자상거래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했다. 대형마트가 심야 시간대에도 온라인 주문에 한해 포장·출고·배송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이다. 

 

▲ 대형마트 매대/사진=연합뉴스 제공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을 목적으로 2012년 도입돼 올해로 시행 14년째를 맞았다. 다만,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한 현재의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돼 왔다.

현행 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심야 영업을 제한하고,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주문·배송 서비스 운영에 제약을 받아왔다.

◇ 규제 밖 이커머스 고속 성장…대형마트와 격차 확대

이번 개정 논의의 핵심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심야 시간대에도 온라인 배송과 관련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규제인 의무휴업일 규정은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대형마트 산업 전반이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현실 인식과 맞닿아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점포 수는 2020년 412개에서 지난해 392개로 5년 새 약 4.9% 감소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도입된 2012년과 비교하면 시장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온라인 소매가 전체 소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전체 소매판매액 654조8833억원 가운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72조398억원으로, 온라인 비중이 28.2%까지 확대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규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커졌다.

쿠팡 매출은 2020년 13조3000억원에서 2024년 41조2901억원으로 210%(약 3배) 성장한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 3사의 합산 매출은 2020년 27조3326억원에서 2024년 28조6218억원으로 4.7% 늘어나는데 그쳤다. 2024년 쿠팡 연매출은 국내 대형마트 전체 소매 판매액 37조1000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연간 약 130만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도 전통시장에서의 소비는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과 202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기준 식료품 평균 구매액을 비교한 결과, 전통시장에서의 구매액은 1370만원에서 610만원으로 5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몰 구매액은 350만원에서 8170만원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식자재마트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식자재마트 상위 3사(푸디스트·장보고식자재마트·세계로마트)의 매출 합산액은 2020년 9562억원에서 2022년 1조3381억원, 2024년 1조4574억원으로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 결과 2020년 기준 전국 식자재마트 수는 1803개에 달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매장 면적 3000㎡(907평) 이상을 대형마트로 분류하지만, 식자재마트는 1000㎡(302평) 이상 3000㎡ 미만으로 분류돼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전통시장 반경 1㎞ 출점 제한도 받지 않아 연중무휴 또는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 역차별 해소냐 상권 침해냐…규제 완화 두고 온도차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대형마트 3사와 SSM 4사(이마트 에브리데이·롯데슈퍼·홈플러스 익스프레스·GS더프레시)가 운영하는 약 1800개 점포가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될 경우, 일부 이커머스 기업에 집중된 새벽배송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국 점포망과 기존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면 별도의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 없이도 배송 권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의무휴업 규제 개선 부분이 제외된 점은 아쉽지만, 온라인 배송 허용은 역차별적 경쟁구도를 바로 잡는 중요한 조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업계에서는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각사별 판단에 따라 이번 규제개선이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마트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면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는 이번 규제 완화 논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배송 경쟁이 심화될 경우 골목상권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이 유지해온 단거리·즉시 소비 수요까지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전국상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공동 성명을 내고 “유통산업발전법의 핵심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확장으로부터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지켜온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상생의 상징’”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대형마트가 새벽 시간대까지 장악하게 되면 결국 유통 생태계의 다양성은 파괴되고,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권과 가격 결정권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유통산업발전법은 유지를 넘어 강화돼야 마땅하다. 유통 생태계를 교란하는 대형 식자재마트까지 규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소셜밸류 한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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