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스팀·보안·AS 앞세워 로봇청소기 점유율 50% 가까이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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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 13일 개최된 ‘제57회 한국전자전(KES 2026)’에서 관람객이 국산 가전제품을 체험하고 있다./사진=이국열 기자 |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중국 가전의 한국 시장 공략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로봇청소기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중국 업체들이 정수기·공기청정기·에어컨으로 품목을 넓히며 국내 기업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가전 업체들의 다음 목표로는 냉장고·세탁기 등 대형가전이 거론된다. 국내 가전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LG전자의 ‘안방’ 구도가 흔들릴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가전 업체들의 신제품과 보안 기술, AS망에 힘입어 로봇청소기를 기점으로 중국산 가전 제품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 쪼그라드는 내수, 파고드는 중국산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 시장은 수년째 내리막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28조7745억원으로 전년보다 5.7% 줄었다. 2022년 35조원 수준에서 3년 만에 6조원 넘게 감소했다.
반면 중국산 수입은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집계 결과 지난해 중국산 가전 수입액은 50억4319만달러(약 7조4800억 원)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2021년 팬데믹 특수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했다가 2023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품목별로는 청소기 수입액이 5억8407만달러로 2023년(3억3529만달러)보다 74% 늘었다. 같은 기간 에어컨은 36%, 선풍기는 19.8% 증가했다.
TV도 예외는 아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기준 TCL·하이센스 등 중국 TV 점유율은 지난해 8월 3.5%에서 올해 4월 6%로 올랐다. 7개월 만에 1.5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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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로봇청소기/사진=삼성전자 제공 |
◇ 로봇청소기 ‘성공 공식’ 품목으로
중국 가전이 한국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곳은 로봇청소기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2021년 2000억원대에서 올해 1조원 규모로 커졌다.
로보락은 지난해 연간 판매액 기준 점유율 50%를 넘기며 4년 연속 1위를 지켰다. 드리미 등을 합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60%를 웃돈다. 로보락의 국내 매출은 2020년 291억원에서 2024년 2414억원으로 4년 만에 8배 넘게 늘었다.
중국 업체들은 이 공식을 다른 품목에 적용하고 있다. 드리미는 정수기·선풍기·공기청정기를 묶은 ‘스마트 에어 케어 콜렉션’을 선보였다.
마이디어는 올해 3~4월 두 달 동안 벽걸이형 6종, 스탠드형 2종 등 에어컨 8종을 잇달아 출시했다. 샤오미는 한국에 대형가전을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세탁기·냉장고·에어컨을 대표 품목으로 꼽았다.
◇ 정면승부 대신 ‘틈새·세컨드 가전’
진입 방식은 정면 승부보다 틈새 공략에 가깝다. 메이디·하이얼은 삼성·LG가 주력하지 않는 중소형 식기세척기를 내놨다.
드리미는 코오롱글로벌과 손잡고 음식물처리기를 출시했다. 거실에는 국산 에어컨을 두고 안방이나 자녀 방에는 중국산 창문형 에어컨을 설치하는 세컨드 가전 수요도 파고들고 있다.
싼 맛에 사는 제품이라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샤오미가 9월 국내 출시한 ‘미지아 스마트 공기청정기 엘리트’는 판매가가 59만9000원으로 전작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으로 인지도를 쌓은 뒤 프리미엄으로 올라서는, 로보락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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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로봇청소기/사진=LG전자 제공 |
◇ 약점이던 AS·보안부터 메운다
중국 가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후관리(AS)와 개인정보 보안이었다. 업체들은 이 약점부터 보완하고 있다. 로보락은 ‘5년 무상 AS’를 내걸고 롯데하이마트와 협업해 전국 약 350개 서비스망을 갖췄다.
에코백스는 전국 90여개 서비스센터를 묶은 통합 케어 정책 ‘케어봇’을 도입했다. 드리미는 싱가포르에 있던 한국 사용자 데이터 서버를 국내로 옮겼다.
다만 보안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로봇청소기 보안 점검에서 16개 항목 중 에코백스·나르왈 제품이 7개, 드리미가 5개, 로보락이 3개 항목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점검에서는 영상·음성 정보 관리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동의 절차와 국외 이전 고지, 국내 대리인 지정 등에서 미흡 사례가 확인됐다.
◇ 삼성·LG 반격, 로봇청소기서 첫 성과
국내 업체들의 반격은 로봇청소기에서 먼저 성과를 냈다. 롯데하이마트·전자랜드·이마트 등 주요 오프라인 매장의 9월 로봇청소기 매출 점유율은 LG전자 약 30%, 삼성전자 10% 후반대로 두 회사 합산 50%에 육박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두 회사는 각각 10% 초반대에 그쳤고 중국 업체가 약 70%를 차지했다. 삼성 ‘비스포크 AI 스팀’, LG ‘로니’ 등 스팀 물걸레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청소기는 한 번 팔고 끝나는 가전이 아니라 소모품 교체와 수리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제품”이라며 “앞으로는 보안과 사후관리까지 포함한 소비자 경험이 판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수치는 오프라인 매장 기준이어서 중국 브랜드가 강세인 온라인 판매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로보락도 고온 스팀 기능을 넣은 신제품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승부가 끝났다기보다 2라운드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 수익성 압박에 해외선 중국산 점유율 75%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 TV·생활가전 사업은 매출 14조5000억원에 영업손실 100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가전·TV·공조 사업은 매출 14조9164억원에 영업이익 1조1411억원을 거뒀다. 매출 차이는 4000억원 정도지만 수익성은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전자는 앞서 가격 경쟁 끝에 중국 본토에서 TV·생활가전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비슷한 사양을 더 낮은 가격에 내놓기 시작하면 국내 업체는 가격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산업연구원 보고서 ‘국제무역구조 변화 동향과 한국 산업의 대응 방향’에 따르면 말레이시아(77%)·태국(76%)·인도네시아(75%)·브라질(75%) 가전 수입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75%를 넘었다.
한국산은 대부분 4% 이하에 머물렀다. 미국 시장이 막힌 중국 제품이 신흥국과 유럽으로 몰리는 현상이다. 산업연구원은 주력산업의 미래 시장과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가장 큰 위협이 이제 중국이라고 진단했다.
◇ 양강 체제 속 ‘다극화’ 신호
업계는 중국 브랜드가 당장 냉장고·세탁기 같은 핵심 가전에서 삼성·LG를 위협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일부 품목에서 시작된 경쟁이 핵심 생활가전으로 번지면, 양강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시장 구도는 중장기적으로 다극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봇청소기 시장이 보여준 교훈은 두 가지다. 중국 가전이 더 이상 ‘가성비’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보안·AS·생태계에서 국내 업체가 반격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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