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성과급 150% 요구…건설 침체·저가 공세 속 교섭 시작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K-철강이 장기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대외 악재와 노조 문제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철강업계는 실적이 회복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 강화, 중국 및 베트남발 공급 과잉, 국내 건설 경기 불황 장기화 등에 발목이 잡혔다. 원자재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성과급 주장에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하청 노조 문제 등이 겹치며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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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이미지/사진=포스코 제공 |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2위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최근 올해 임금·단체협약에 시작한 가운데, 초반부터 노사 양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양사는 수년간 이어진 철강 시황 부진으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해 왔다. 이를 통해 올 1분기 다소 나마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노조가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면서 하반기 경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분석이 제기된다.
◇살아나는 철강업계…실적 개선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국내 철강업계는 2022년 이후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이 확대되고 국내 건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 변동,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더해지며 주요 철강사들은 원가 절감과 고부가 제품 확대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출은 1억1902만톤으로 201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 물량이 해외로 쏟아지면서 국내 철강사들도 직격타를 맞았다.
특히 봉형강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은 국내 건설시장 침체 영향까지 받았고, 포스코 역시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와 원료 가격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야 했다.
그나마 올해 들어 일부 회복 신호가 나타나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7조87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070억원으로 24.3% 늘었다. 현대제철도 연결 기준 매출 5조7397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철강 본업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포스코홀딩스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34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8% 감소했다.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고환율에 따른 원료비 부담과 제품 가격 약세가 영향을 미쳤다.
현대제철 역시 연결 기준 흑자를 냈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7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동차강판과 후판 부문은 선방했지만 건설 경기 부진 영향을 피하기 어려웠다.
◇포스코·현대제철 노조 임단협 요구 본격화…협력사 문제 쟁점
이 같은 상황에서 노사 협상이 새로운 경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달 20일 사측에 기본급 7.1% 인상 등을 포함한 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올해 임단협에서는 임금 문제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 직고용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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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진=현대제철 제공 |
앞서 포스코는 협력사 직원 약 7000명을 직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밟았고 최근 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 시키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 대비 성과급 15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달 8일 상견례 이후 교섭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조합원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안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고, 회사측은 수익성과 경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청 노조 문제도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에 따라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가 확대되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하청 노조와의 교섭 구조를 둘러싼 법적·제도적 부담을 안고 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현대제철의 하청 노조 간 교섭단위를 분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청 노조들이 교섭단위를 따로해 원청과 각각 교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현재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포스코도 경북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받아 재심 절차를 밟고 있다.
◇관세·반덤핑·노조 삼중 압박…'성과급' 확대 분위기도 부담
철강업계는 시장과 회사 안팎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은 최근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철강 제품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고 무관세 수입 할당량은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반덤핑 조사를 받고 있다. 일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은 한국과 중국, 대만에서 수입한 강재 제품 2종류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자동차·가전·건축 자재용 열연 강판과 강대(띠 모양으로 얇고 길게 압연한 강철 제품)와 관련 이들 3개국이 정상 가격보다 최대 50% 낮게 덤핑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공급 과잉도 여전하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 수요가 줄어들면서 저가 철강재가 글로벌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고 이는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강판, 전기강판, 에너지용 강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차와 에너지 산업용 고급 강재 중심의 판매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대제철도 자동차강판과 미래 모빌리티 소재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업황 부진 속에 노조의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 요구, 하청 업체와의 교섭은 철강업체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시작된 '성과급 잔치'로 노조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점은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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