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의 J커브’ 제시…“가치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끝까지 사람의 몫”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기술 활용 능력을 넘어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통찰력과 공감 능력,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일 SKT에 따르면 정 CEO는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대학(원)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특강은 SKT와 서울대가 10년째 이어온 ‘SKT-서울대 AI 공동과정’의 첫 수업으로 진행됐다. 1987년 서울대 공법학과에 입학한 정 CEO는 약 40년 만에 강연자로 모교 강단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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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정재헌 SKT CEO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제공 |
정 CEO는 “오늘 저는 기술을 가르치러 온 것이 아니라, AI 전환의 최전선에 있는 한 기업이 지금 무엇을 고민하는지 나누기 위해 왔다”고 강연의 취지를 밝혔다.
정 CEO는 AI의 등장으로 ‘시간의 밀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기까지 60여년, 휴대폰은 10여년이 걸린 반면 챗GPT는 1개월 만에 사용자 500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과거 석유와 반도체가 그랬듯 AI 역시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기술에 의존하면 가격과 조건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버린 AI(주권 AI)’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CEO는 이날 지난 1년간 SKT의 AI 전환을 주도하며 도출한 ‘AX의 J커브’를 제시했다. AX(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일하는 방법으로는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 등 3가지를 꼽았다.
J커브는 환율 상승 이후 수출입 물량이 조정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면서 무역수지가 초기에는 악화됐다가 이후 개선되는 모습을 알파벳 ‘J’에 빗댄 경제학 개념이다.
정 CEO는 이를 AX에 적용해 AI 도입 초기에는 재교육과 업무 재설계, 데이터·조직 정비 등으로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지만 이 기간을 견딘 조직은 어느 순간 생산성이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편함의 골짜기 앞에서 돌아서면 영원히 곡선의 왼쪽에 머물지만, 이를 견뎌낸 조직은 어느 순간 J자로 꺾여 올라간다”며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가 바로 이 골짜기를 건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낯설게 보기’는 기존 업무의 전제와 방식을 의심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정 CEO는 SKT의 모든 업무에 “AI를 전제로 한다면, 이 일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있다고 밝혔다.
‘극한 마주하기’는 기존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해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SKT가 제한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6880억 파라미터급 초거대 독자 AI 모델 ‘A.X K2’를 개발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불편해지기’는 AI 전환 초기에 발생하는 비효율을 견디는 과정이다. SKT의 한 개발자가 기존에 50시간가량 걸리던 시스템 수정 업무를 AI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500시간 이상을 투입했지만, AI 에이전트 개발과 수백차례의 검증을 거친 현재는 같은 업무를 1시간 만에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CEO는 AI 시대의 인재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AI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 같은 시대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도성을 가지고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통찰력과 공감 능력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만의 도메인 전문성을 갖추고 AI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아가 도메인 간 경계를 넘어 기술과 산업, 사람을 연결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AI 시대 인재의 4가지 조건’도 소개했다. ▲본질을 통찰하는 힘인 ‘생각 근육’ ▲변화에 적응하고 실패해도 다시 배우는 ‘적응 근육’ ▲AI가 끝내 갖기 어려운 ‘공감 근육’ ▲체화된 경험을 가치로 만드는 ‘신체 지능’ 등이다.
그는 “네 가지 모두 코딩 능력이 아니다. 기술은 AI가 점점 더 잘할 것이기에, 사람만이 가진 근육이 인재의 조건이 된다”며 “가치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끝까지 사람의 몫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CEO는 “10년 전 ‘AI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오늘 우리는 ‘AI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다”며 “10년 뒤 이 질문의 답을 만들게 될 여러분과 역동하는 AI 혁신 현장에서 동료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특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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