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점유율 29%까지 추락...CATL 헝가리 공장 가동에 ‘반사이익’ 시험대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에 빗장을 걸면서,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이 계속 떨어진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번 조치는 중국산 완성차의 유럽 시장 잠식 속도를 늦출 뿐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와 가격 경쟁력까지 막지는 못한다. 국내 기업이 실제 수주와 공장 가동률 회복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세이프가드 발효, 첫해 35만대...4년간 적용
21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이르면 12월 1일부터 하이브리드차(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에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수입 상한은 첫해 35만대이고, 2년 차부터 매년 6%씩 늘어나 4년간 유지된다.
세계무역기구(WTO) 비차별 원칙에 따라 쿼터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포함한 모든 원산지에 적용된다. 쿼터는 브랜드가 아닌 생산지 기준이어서, EU 역내에서 조립한 중국 브랜드 차량은 대상에서 빠진다. 시행에는 회원국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이번 상한은 올해 유럽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산 하이브리드 약 80만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매긴 데 이어 하이브리드까지 규제 대상을 넓혔다. 역내 자동차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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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국내 배터리 3사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9%까지 떨어졌다. EU의 중국산 하이브리드 수입제한이 점유율 반등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 점유율 29%까지 추락한 K-배터리 반등하나…소재기업에도 기회
국내 배터리 업계는 유럽 완성차 판매 회복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수주 확대와 현지 공장 가동률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산 차량의 시장 잠식이 둔화하면 유럽 완성차 업체의 판매가 살아나고, 이들에게 배터리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도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K-배터리는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K-배터리 3사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2023년 55%에서 2024년 45%, 2025년 35%로 낮아졌고, 올해 1~8월에는 29%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가 한국의 주력인 삼원계 수요를 잠식한 결과다.
소재 분야에서도 기회가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조차 EU 규제를 우회하려고 한국산 소재 공급을 요청하는 등 비중국산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유럽 공급망이 다변화되는 과정에서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소재 기업에 새 공급처가 열릴 수 있다.
◇ 중국 현지화 공세는 변수…한국산 완성차도 쿼터 영향권
그러나 EU의 보호조치만으로 K-배터리의 회복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중국 완성차 기업이 헝가리 등 유럽에 생산거점을 세워 현지에서 조립하면 쿼터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CATL은 총 100GWh 규모인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의 1공장을 이달 초 가동했다. 중국 기업이 유럽에서 운영하거나 운영할 예정인 셀 공장은 합계 282.8GWh로, 한국 3사의 160GWh를 크게 웃돈다.
원가도 불리하다. 유럽에서 삼원계 셀을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은 중국 기업이 kWh당 93.7달러, 한국 기업이 99.8달러다.
세이프가드가 한국산에도 적용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올해 1~8월 현대차·기아의 유럽 하이브리드 판매 약 18만1000대 가운데 6만3000대가 한국에서 생산된 물량이다. 국가별 쿼터 배분 기준에 따라 국내 공장의 유럽 수출이 묶일 수 있다.
◇ 더 높아진 유럽 현지화 장벽…현지 공급망에서 승부 봐야
유럽의 현지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16일 2028년부터 정부 보조금과 공공조달 혜택을 받으려면 차량을 유럽에서 최종 조립하고,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 가치의 70% 이상을 역내에서 조달하도록 하는 공동 입장에 합의했다.
배터리 역내 조달 비중은 최소 10%로 시작해 2030년 20%로 높이는 안이다. 다만 EU 집행위원회 초안보다 크게 완화된 수준이어서 한국 기업을 향한 탈중국 수요가 기대만큼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 나라의 합의안은 다른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효력이 생긴다.
결국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과제는 중국산 수입 규제에 기대는 데 머물지 않는 것이다. 유럽 완성차 고객과의 장기 공급계약, 현지 소재 조달, 저가형 LFP 대응, 생산원가 절감을 동시에 이뤄내야 한다.
EU의 조치는 시간을 벌어줬을 뿐이다. 유럽 현지 공급망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규제의 반사이익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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