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된 국내 카페시장…스타벅스·저가커피와 차별화는 숙제
업계 “커피 대체보다 취향 소비…현지화·팬층 형성 중요”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중국발 밀크티 브랜드의 한국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커피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차지가 오픈 초기 수시간 대기 행렬을 만들며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중국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까지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패왕차희)는 오는 19일 서울 건대점을 연다. 지난 4월30일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와 용산 아이파크몰, 신촌점 동시 오픈 이후 역삼점·시청점을 추가한 데 이어 여섯 번째 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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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내 차지 매장 앞에서 소비자들이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한시은 기자 |
차지는 국내 오픈 첫날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대기 시간이 4시간을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기자가 지난달 중순 방문한 용산점 역시 현장 주문이 조기 마감됐고, 애플리케이션 주문 후에도 4~5시간 뒤 픽업이 가능할 정도였다.
다만 한 달가량 지난 16일 다시 찾은 용산점 분위기는 다소 차분했다. 앱 주문 기준 대기 시간은 40~50분 수준으로 줄었다. 현장 직원에 따르면 평일 대기는 약 1시간, 주말은 이보다 1~2시간가량 더 소요된다.
매장을 찾은 20대 직장인 장모씨(26)는 “요즘은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오면 한 번쯤 경험해보는 분위기다. 차를 좋아해 방문했지만 몇 시간씩 기다릴 정도는 아니었다”며 “한 번 맛봤으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카페 음료와 큰 차별점을 느끼지 못하면 관심은 금방 다른 브랜드로 옮겨갈 것 같다”고 말했다.
◇ 밀크티 이어 커피까지…한국 두드리는 中 브랜드
최근 중국 커피·차 프랜차이즈의 한국 진출은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차지에 앞서 미쉐(密雪氷城·미쉐빙청)와 차백도(茶百道·차백도), 헤이티(喜茶·시차), 아운티제니(滬上阿姨·후샹아이) 등 밀크티 브랜드가 먼저 국내 시장에 발을 들였고, 최근에는 루이싱커피도 국내 상표권 등록을 마치며 진출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 브랜드들이 한국을 글로벌 확장 전 소비자 반응을 점검하는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카페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 눈높이가 높은 만큼, 국내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 향후 동남아시아나 북미 시장 진출 과정에서 일종의 성공 사례(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내 경쟁 심화도 진출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중국 신식 차음료(밀크티·과일티·치즈티 등)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4% 증가한 3500억위안(약 67조5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브랜드 난립과 가격 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 데다, 중국 정부 역시 소비·외식 기업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면서 글로벌 확장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초반 화제성보다 재방문…장기 흥행 열쇠는 차별화
업계에서는 중국 브랜드의 국내 시장 안착은 또 다른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메가커피 등 커피 브랜드는 물론 공차 같은 밀크티 브랜드까지 경쟁하는 이른바 ‘커피 공화국’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 서비스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2022년 말 처음 10만개를 넘어섰고, 같은 해 전체 매출은 15조5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에 장기 흥행은 결국 차별화 여부가 좌우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아메리카노 중심 소비 문화가 단기간에 바뀌긴 어렵지만, 차 자체의 품질과 경험을 강조하는 방식이 일부 소비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차지는 타피오카 펄이나 단맛 중심의 기존 버블티와 달리 원엽차를 직접 우려낸 티 베이스 음료를 앞세운다. 에스프레소 공법에서 착안한 고압 추출 기술을 적용해 찻잎 향을 진하게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헤이티는 치즈폼을 얹은 ‘치즈티’를 내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미쉐는 3000원대 가격의 초저가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아메리카노는 출근과 업무 루틴에 들어간 일종의 ‘기능성 소비’에 가깝다. 가격과 카페인 효율 측면에서도 반복 소비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밀크티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고 당류 부담이 있어 일상적으로 자주 마시기보다 ‘디저트형 소비’에 가까운 성격”이라며 “커피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별도의 취향 기반 시장을 넓히는 방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밀크티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려면 반복 방문을 유도할 수 있도록 가격 장벽을 낮추고 메뉴 구성 등을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게 현지화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음료를 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지속 가야할 이유를 만들고 팬층을 형성해야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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