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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채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요리법과 식재료가 많다.

김미진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1 2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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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이


책 소개


[어쩌다 비건 라이프]는 조이 작가의 채식 생활 라이프를 글로 엮은 에세이다.


작가는 원래 채식주의자가 아니었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위장장애가 생긴 후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채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 후로는 채식을 지향하는 식습관을 유지하며 느낀 점들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책은 크게 '식사로 하는 요리'와 '디저트' 장으로 구분하고, 각 챕터는 '채식 요리'를 소제목으로 두고 있다.


작가가 각 챕터에 나오는 요리들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고 만들어 보게 되었는지, 그리고 요리를 통해 느낀 점이 무엇인지를 적었다. 마지막에는 작가가 직접 접했던 비건 음식점들에 대한 소개도 간단히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채식이 우리의 미래이다, 나아가야 할 길이다'라는 말은 아무리 옳더라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큰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니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채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리법과 식재료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렵고 이상적인 '사회 운동'이 아니라, '한 번 시도해 볼 만한 요리법 중 하나'이고 '약간의 관점만 바꾸면 쉽게 접근이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점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채식도 내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조이 작가의 [어쩌다 비건 라이프]는 채식에 관심이 많고, 채식을 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채식 입문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이후북스]

저자 소개


저자: 조이


목차


총 152페이지


본문


예전에 한 방송인이 유튜브 채널에서 비건 식품을 맛보고 리뷰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나 또한 비건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참이라 흥미를 가지고 시청했었다. 그런데 웬걸. 콩고기에 대한 그 사람의 리뷰는 생각보다 좀… 별로였다. 베지테리안들도 결국 육식 고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최대한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내려고 한 것 같다는 말투가 베지테리안이 아닌 나에게도 조금 기분이 나쁘게 느껴질 만한 뉘앙스였다.


그런데 고기 대체제를 만드는데 고기와 비슷한 식감으로 만드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콩고기를 먹는 사람들 중에는 도덕적, 윤리적인 소신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고기가 먹고 싶어도 건강상의 이유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베지테리안도 고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고기를 좋아하고 즐겼지만 본인의 소신에 따라 고기 섭취를 중단한 것이다. 채식을 하는 이유는 상당히 여러 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어렵게 내린 결정에 대해 '맛도 없는 채식을 왜 하냐', '고기도 먹고 살아야지'라며 무심코 내뱉는 말들은 당사자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그 사람의 사장을 다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식생활에서 육류를 제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삶의 모양이 크게 뒤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콩고기를 접한 것은 비건에 관련 페어 현장에서였다. 안 그래도 콩고기가 먹어 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이고 있던 차에 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냉큼 달려가 한 조각 먹어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물론 고기의 식감을 100% 따라갈 순 없지만 쫄깃한 감도 있고 콩 특유의 비린내도 적었다. 이 정도면 하나의 식재료로 자리매김하기에 너무 손색이 없는데?! 워낙에 콩고기는 맛이 없다, 생각보다 별로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의 첫 콩고기 시식은 성공적이었다. 콩고기를 활용한 요리법들이 머릿속에 마구마구 떠오를 정도로 말이다.


'비건'이라는 단어와 의미가 가진 무게감 때문인지 채식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해하거나 손사레 치는 경우들을 많이 본다. 그런데 그냥 채식을 하나의 문화처럼, 또 하나의 요리처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비건을 위한 콩고기'보다는, '콩고기라는 게 있다는데 한번 먹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콩고기 요리도 시도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끔은 색다른 요리를 찾아 러시아 요리나 중동 요리를 먹으러 가보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보다 먹을 만한데?' 라는 생각만 들어도 새로운 요리에 대한 시도로는 성공적이지 않을까?


- '1장. 때로는 묵직하게, 2. 콩고기 볶음' 중에서 -


비빔밥은 아마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비건식이 아닐까 싶다. 하얀 쌀밥 위에 얹어진 여러 나물 반찬들, 그리고 고추장이나 간장 소스만 있으면 완성되는 요리. 집에 나물 반찬이 애매하게 남았을 때 가장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하니까, 비빔밥은 생각보다 활용도가 높은 음식이다.


매일 먹는 그나물에 그밥이 지겨울 땐, 메인 토핑으로 연두부를 얹어 보아도 좋고 새콤한 게 땡길 땐 열무김치를 넣어 먹어도 좋고, 좀 색다르게 먹고 싶다면 옥수수콘을 넣어 보아도 좋다. 그냥, 오늘 내가 먹고 싶은 재료만 준비해서 비벼 먹으면 그 밥이 '비빔밥'이 되는 것이겠지!


그런데 사실 나에게 비빔밥은 그렇게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다. 밖에서 외식할 때는 한식보다 다른 류의 음식점을 많이 찾기도 했고 전통음식으로 비빔밥이 자주 소개되다 보니 왠지 모르게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방송 매체에서 비빔밥을 소비하는 이미지가 나에겐 참 부정적으로 다가왔었다.


여느 드라마에서나 비빔밥은 주로 슬픔과 분노를 대변한다. 연인과 헤어진 주인공이 한밤중 눈물을 흘리며 비빔밥을 꾸역꾸역 먹거나, 엄마 역할의 배우가 가족들이 먹다 남긴 반찬들을 한데 모아 허기를 떼우듯 지친 표정으로 밥을 비벼 먹곤 한다. 비빔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양푼 대야인데, 이 대야에 비벼진 비빔밥이 얼마나 처량해 보이던지, 여기다가 김치까지 손으로 찢어 먹으면 정말…. 아마도 고추장의 그 시뻘건 색감이 캐릭터의 감정을 대변하기 가장 적합한 이미지였기에 드라마에서도 그런 이미지로 자주 등장한 것이 아닐까 싶긴 하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 때문에, 비빔밥을 먹을 때면 나는 항상 기분 한 구석이 별로였다.


직접 요리를 해서 밥을 먹기 시작한 뒤로, 예전에 느꼈던 그 불쾌함의 이유를 어느 정도는 찾은 것 같았다. 아마도 나조차 나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받은 것 아닐까? 밥은 단순히 허기를 때우는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하루 중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식사 시간이다. 그래서 그 짧은 시간을 온전히 내 취향의 음식으로 채우면 남은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한 끼를 먹더라도, 혼자 먹더라도 제대로 차려서 먹어야 한다.


나에게 비빔밥은 부정적인 감정을 잔뜩 안겨 준 음식이긴 하지만, 사실 먹어 보면 아주 풍족하고 영양가 높은 한 그릇이다.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비빔밥 한 그릇이면 금세 배가 부르다. 그리고 간장 소스는 끝맛의 깔끔함을, 고추장 소스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매콤함을 선사하니, 이렇게 먹으나 저렇게 먹으나 비빔밥은 알고 보면 참 다재다능한 음식이다.


- '1장. 때로는 묵직하게, 11. 비빔밥' 중에서 -


몸이 아프기 전까지, 세상의 모든 빵은 밀가루로만 만들어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버터가 안 들어간 빵은 무슨 맛으로 먹냐며 버터가 듬뿍 들어간 빵을 최고라고 생각했고, 크림빵이 눈에 들어왔다 하면 다른 빵들보다 우선순위로 내 트레이에 올리곤 했다.


그런데, 그런데 이런 내가 밀가루도, 유제품이 들어간 음식도 먹으면 안 된다는 진단을 받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한창 몸이 아프던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내 몸이 좀 살아나려는지 입맛이 돌기 시작하자 어김없이 본능은 디저트를 갈구했다.


'밥 먹었으니까 디저트 빨리! 달달한 거 넣어줘!!'


하지만 입맛이 도는 것과는 별개로 시중에서 파는 많은 디저트들을 내 몸 안으로 들여서는 안 됐다. 지금 당장 혀가 행복한 것보다 30분 후 겪을 화장실의 고통이 더 무서웠으니까.


달달한 간식에 익숙해져 있던 몸은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자 정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매일 인스타로 핫한 카페의 케이크나 크림이 풍성한 커피 사진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가 아는 맛이어서, 그것이 날 더 괴롭게 한다는 점이었다.


이때부터였나요, 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게…. 이 세상에 믿을 건 나뿐이라며 신을 외면하던 내가 신께 빌기 시작한 게….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고통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삶이 재미가 없고 울적하고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부정적인 생각의 연속.


어러다가는 정말 큰일나겠다 싶어지자, 밀가루와 유제품이 안 들어간 빵도 팔지 않을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인스타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수월하게 '비건 베이커리' 계정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모르던 신세계!


생각 외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비건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베이커리들은 보통 하얀 밀가루, 우유, 계란, 버터, 설탕 등을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식재료로 빵을 만들었다. 이곳 저곳 택배로 주문해 빵을 맛보고 드디어 내 입맛에 맞는 빵집을 찾았을 때의 그 기쁨이란! 아무리 힘들어도 죽으란 법은 없구나 라고 생각하며 신나게 빵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비건 베이커리를 검색해 보며 느낀 것은, 식음료와 관련해 제약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시장이 무척 작다는 것도. 요즘에서야 알러지와 비건에 대한 시장이 물꼬를 트고 커져 나가고 있지만, 그 전부터 혹은 태어나면서부터 제약을 가지고 살아왔던 많은 사람들은 음식 하나를 먹는 데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모르던 세상에 눈을 뜬 기분이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마시던 음식들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순간의 즐거움일 뿐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다니. 너무나 속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비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많은 분들께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음식을 먹을 때 만큼은 먹고 나면 아프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을 모두 내려놓고 여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항상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빵을 먹게 된다. 오로지 행복만 느낄 수 있는, 행복한 30분이다. (물론, 그에 비례해 점점 비어가는 냉동실을 보는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 '2장. 때로는 가볍게, 1. 비건 베이커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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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밸류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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