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특수관계인 지분 43.81%…배당 확대가 총수 일가 현금흐름으로
8300억 규모 생산투자 속도…커지는 회사,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자 처우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책임을 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등장한 지 오래다. ESG 경영은 실행 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릴 정도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에 소셜밸류(SV)는 기업의 ESG 전략과 실천 의지를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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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온의 담철곤 회장/사진=AI 생성(ChatGPT) |
오리온이 ‘정(情)’을 앞세운 국민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장 노동자들과의 갈등은 창사 이후 가장 첨예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오리온은 공시와 홈페이지를 통해 주주환원 정책의 기본 원칙을 “회사의 성과에 기반한 안정적인 현금배당과 지속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통한 장기적 주주환원 제고”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오리온은 2022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의 20~60%를 재원으로 하는 배당정책을 발표한 뒤 매년 배당 규모를 확대해 왔다. 이어 주주환원율과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 20% 이상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배당정책도 공시했다.
지난해 6월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도 주주환원 강화 기조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오리온은 해당 계획을 통해 ▲배당성향 20% 이상 배당정책 이행 ▲향후 3개년 배당성향 점진적 상향 ▲중간배당 검토 등을 제시했다. 동시에 수익성 기반의 외형 성장 확대를 위해 국내외 생산 투자 확대, 글로벌 사업 확장,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인수합병(M&A) 추진, 수출 시장 확대 등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특히 오리온은 국내외 생산 투자에 83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북미·중동·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7년 이후에는 배당성향 추가 상향과 적극적인 배당정책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오너일가와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을 키우는 동안, 정작 영업 일선 노동자들은 “고강도 노동에 비해 임금 인상 폭이 턱없이 낮다”며 쟁의행위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오리온은 배당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성과의 과실이 노동자에게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화섬식품노조 오리온지회는 최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4.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7.5%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3.5% 인상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노사는 올해 1월부터 교섭을 시작해 이달 7일까지 8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지난 8일 최종적으로 결렬되면서 갈등은 쟁의 국면으로 넘어갔다.
앞서 임기홍 화섬식품노조 오리온지회장은 지난 16일 여수시청 앞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저지! 정의로운 산업전환! 화섬식품노조 결의대회’에서 “오리온은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에 ‘정’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고 국민에게 따뜻한 기업 이미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회사를 움직여온 노동자들에게는 그 ‘정’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자의 희생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노동자의 권리는 외면하는 것이 지금 오리온 경영진의 민낯”이라며 2026년 임금투쟁 승리를 호소하기도 했다.
◇ 노조는 7.5%, 사측은 3.5%…쟁점은 ‘성과 배분’
이번 갈등의 중심인 임금 인상 폭에서 노사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물가 상승과 영업 현장의 노동 강도, 회사의 실적 개선과 성장 전략을 감안하면 기본급 7.5%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3.5% 인상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입장에서는 회사가 주주환원에는 적극적이면서 정작 현장 노동자에게는 보수적이라는 불만이 큰 상황이다.
오리온은 공시를 통해 2024~2026년 중장기 배당정책을 수립하고, 일회성 비경상 손익을 제외한 연결 지배지분 순이익의 20% 이상을 목표 배당성향으로 설정했다. 또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통해 배당성향 20% 이상 이행, 3개년 배당성향 점진적 상향, 중간배당 검토 등 주주환원 강화 방침도 명시했다.
실제로 오리온의 2025년 결산배당은 주당 3500원, 현금배당금 총액 1383억5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결 현금배당성향은 36.2%로, 전년 18.8%에서 크게 상승했다. 2024년 결산배당은 주당 2500원, 현금배당금 총액 988억2100만원이었다.
◇ 오너일가 지분 43.81%…배당 확대는 총수 일가 주머니로
배당 확대는 단순한 주주환원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오리온 지배구조상 배당금의 상당 부분은 결국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에게 흘러간다. 2025년 말 기준 오리온의 최대주주는 오리온홀딩스로 보통주 1477만5139주, 지분율 37.37%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담철곤 회장의 배우자인 이화경 부회장 4.08%, 담철곤 회장 0.45%, 장녀 담경선씨 0.60%, 담서원 부사장 1.23% 등을 더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3.81%에 달한다.
2025년 주당 배당금 3500원을 단순 적용하면 오리온홀딩스가 받는 배당금만 약 517억원이다. 이화경 부회장은 약 56억원, 담철곤 회장은 약 6억원, 담서원 부사장은 약 17억원을 받게 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전체로 보면 배당금 규모는 약 606억원에 이른다. 2024년 주당 배당금 2500원을 적용해도 이들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430억원대다. 회사가 배당성향을 끌어올릴수록 오너일가의 현금흐름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보수까지 더하면 오너일가가 가져가는 몫은 더 선명해진다.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합산 보수는 2023년 54억3300만원, 2024년 54억7900만원, 2025년 46억56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에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매년 40억~50억원대 보수가 오너일가 경영진에게 지급된 셈이다. 여기에 배당금까지 더하면 오너일가가 회사 성장의 과실을 상당 부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구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현장 노동자들은 기본급 7.5%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3.5%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수백억원대 배당금과 수십억원대 보수가 오너일가와 지배주주에게 돌아가는 동안, 정작 영업 현장 노동자들은 한 자릿수 임금 인상률을 두고 쟁의행위까지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노조가 문제 삼는 것은 단순한 임금 인상률의 차이가 아니다. 오리온이 글로벌 실적 성장과 주주환원 확대를 내세우는 동안, 그 성장을 현장에서 떠받쳐 온 노동자들이 성과 배분에서 뒤로 밀리고 있다는 체감 격차다. 영업직 근로자 200여명이 가입한 오리온지회가 쟁의행위에 나선 것도, 회사가 오너일가와 주주에게는 ‘성과’를 배당과 보수로 설명하면서 노동자에게는 ‘비용 절감’의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는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초코파이에 새긴 ‘정’을 기업 이미지의 핵심 자산으로 삼아왔다면, 이제 그 ‘정’이 소비자와 주주를 넘어 노동 현장에도 닿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매출·투자 확대에는 속도…현장 노동자 처우는 뒷전
오리온은 국내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리온은 비스킷, 파이, 스낵 등 과자류를 익산과 청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베트남·러시아·인도에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초코파이, 포카칩, 오징어땅콩, 다이제, 고래밥 등 장수 브랜드를 기반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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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온 해외 시장 대표 제품 라인업/사진=오리온 제공 |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303억5500만원, 영업이익은 1654억71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26% 증가한 수치다. 2025년 연결 매출은 3조3324억 원, 영업이익은 5582억원으로, 2024년 매출 3조1043억원, 영업이익 5436억원보다 각각 7.3%, 2.7% 늘었다.
소비 둔화와 원부자재 가격 부담 속에서도 실적은 개선됐다. 해외 사업 성장세에 따른 결과다. 특히 올해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70%를 돌파하면서, 오리온의 성장축이 국내 제과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오리온은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와 신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리온은 국내 및 해외 수출 물량 확대를 위해 진천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총 투자금액은 4600억원이며, 추진 일정은 2025년 6월부터 2027년 12월까지다.
또 지난해 9월 수협중앙회와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합작법인 오리온수협을 설립했다. 오리온수협은 김 제품과 수산물 활용 스낵 등 수산물 가공식품 시장 진출을 위한 법인으로, 총 자본금은 600억원이다. 오리온과 수협중앙회가 각각 50%씩 출자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4월 발표한 3년간 총 83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진천통합센터를 비롯해 베트남과 러시아 등 주요 해외 거점에서 공장 신설 및 증축을 추진하며 글로벌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계획대로 투자가 마무리될 경우 오리온의 생산능력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같은 대규모 투자와 성장 전략이 현장 노동자 처우 개선으로 충분히 이어지고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회사가 국내외 생산설비 확대와 신사업 투자에는 수천억원을 투입하는 반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는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의 덩치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노동 현장이 체감하는 보상과 존중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 "‘정’의 기업이라면 노동자와도 함께해야"
오리온은 초코파이에 새긴 ‘정’을 통해 오랜 시간 따뜻한 국민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왔다. 하지만 기업이 말하는 ‘정’이 소비자에게는 감성으로, 오너일가와 주주에게는 배당과 보수로 돌아가면서도 정작 회사를 움직여온 노동자들에게는 충분히 닿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지적이다.
제품을 팔고, 유통망을 관리하고, 생산과 영업 현장을 지켜온 직원들이야말로 오리온 성장의 한 축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오리온이 진정한 국민 기업으로 남기 위해서는 브랜드에 새긴 ‘정’을 현장 노동자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대기업집단에 2026년 처음으로 이름을 올릴 만큼 성장한 기업이라면 책임의 무게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냉정한 시장의 평가다. 공장과 생산능력, 해외 거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리온이 진정한 국민 기업이자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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