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당국, 데이터센터 전력망 연결 규칙 손질...기회이자 부담
3분기 영업이익 절반 이상이 美 정부 세액공제...빼면 이익률 3.5%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미국에서 전기를 저장해 두는 대형 배터리 시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태양광 발전이 늘면서다.
이 시장의 주요 공급자로 떠오른 LG에너지솔루션에는 새 숙제가 생겼다. 배터리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정부 지원 없이도 돈을 버는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 반년 새 원전 8기 규모...2028년엔 두 배로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전기가 남을 때 담아뒀다가 모자랄 때 꺼내 쓰는 대형 배터리 설비다. 이른바 ‘전기 창고’다.
28일 업계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에 연결된 배터리 저장설비는 지난해 말 43.6GW에서 올해 6월 말 약 52GW로 늘었다. 반년 만에 8.3GW가 늘었는데,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의 출력과 비슷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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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 ESS 제품/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사업자들이 신고한 추가 계획은 앞으로 2년 반 동안 54GW에 이른다. 계획대로라면 2028년 말에는 지금의 두 배인 105GW를 넘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말까지 북미에서 한 해 5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GW가 ‘한 번에 낼 수 있는 힘’이라면 GWh는 ‘담아둘 수 있는 양’이다. 미국에서 흔한 4시간짜리 ESS로 단순 계산하면 내년 미국에 새로 깔릴 설비(26GW)에는 약 104GWh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 한 곳이 그 절반 가까이를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 데이터센터 전력망 규칙 손질...배터리엔 기회이자 부담
변수는 미국 정부의 규칙 변화다. 미국 전력 규제기관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지난 6월 18일 6개 지역 전력망 운영기관에 데이터센터 같은 대형 전력 사용 시설의 전력망 연결 규칙을 다시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대상은 전력을 50MW 이상 쓰는 시설이다.
기회는 데이터센터가 배터리를 갖출 이유가 커진다는 점이다. FERC는 전기가 부족할 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시설, 발전소와 한 부지에 들어선 시설에 맞는 전력망 이용 방식을 마련하라고 했다. 데이터센터가 이런 방식을 쓰려면 자체 배터리를 갖추는 게 유리하다.
부담은 사업 속도다. FERC는 데이터센터용 송전 설비 비용을 해당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데이터센터가 계획대로 들어서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사업자의 초기 부담이 커지면 일부 프로젝트가 늦어지거나 취소될 수 있다. 배터리 업체로서는 계약을 따내도 실제 납품이 미뤄질 위험이 생긴다.
◇ 분기 최대 실적의 그늘...이익 절반은 ‘정부 지원금’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영업이익 7560억원 가운데 4169억원(55%)은 미국 정부가 현지 생산 기업에 주는 세액공제(AMPC)다. 이를 빼면 실제 사업으로 번 돈은 3391억원이다. 1만원어치를 팔아 350원 정도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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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북미 ESS 생산거점 지도/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2분기(1133억원)의 3배지만 일회성 수입도 섞여 있다. 일부 전기차 고객사가 약속한 구매물량을 채우지 못해 낸 보상금이다.
회사는 지난 7월 “4분기부터는 정부 지원금을 빼고도 ESS 사업에서 이익을 내겠다”고 밝혔다. 4분기 실적이 그 첫 성적표가 된다.
공장 상황은 나쁘지 않다. 신영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공장 가동률이 90% 수준까지 올라왔고, 3분기 ESS 매출이 전 분기보다 60% 가까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 배터리만 팔아선 한계...설치·운영까지 '판' 넓힌다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값싼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와의 경쟁, 전력망 연결 지연에 따른 고객사 사업 일정 차질이 대표적이다.
배터리만 팔아서는 남는 몫이 크지 않다. 그래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자회사 버테크(Vertech)를 통해 ESS 설계와 설치, 운영·관리까지 맡는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전략의 성패를 세 가지에서 찾는다. 바뀌는 규칙 속에서 계약을 제때 납품으로 연결하는지, 정부 지원 없이 이익을 늘리는지, 운영 서비스로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드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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