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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달콤한, 나의 거짓말쟁이

Jess / 기사승인 : 2019-11-11 2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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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너의 무모함, 뜨거움, 어리석음-

있잖아, 나 피어싱 하려고. 친구가 뚫은 거 봤는데 완전 예쁘더라.


그 말 한마디에 벌떡 일어나 내 손을 잡아 끈 너는, 곧바로 피어싱 가게로 향했어. 지금? 지금 뚫으러 가자고?



응, 하고 싶으면 해야지! 왜, 싫어?

그냥 예뻐서, 언젠가 해야겠다고 아주 막연하게 생각한 거였는데, 모든 걸 철저하게 계획하는 나는 정확히 어느 위치에 몇 개를 뚫어야 할지 아직 조금도 정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너의 손에 그렇게 이끌려 가는 게 싫지는 않았어. 엉겁결에 도착한 골목 구석의 자그마한 피어싱 가게에서,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면서 함께 피어싱을 고르고. 어, 잘 모르는데, 위치는 어디가 예쁠까요? 별 존이 예쁘다던데 그건 어디예요? 아, 여기가 더 잘 어울릴까요? 즉석에서 직원한테 상담을 받고, 그러고 정말 순식간에, 내 귓바퀴에는 1.2mm짜리 조그마한 구멍이 생겼어. 얼얼했어. 귀를 뚫었을 때보다 훨씬 많이. 근데 행복했어. 왜냐면 내가 하고 싶었던 거니까. 늘 모든 걸 계획하고 이렇진 않을까 저렇진 않을까 앞뒤를 재고 걱정하는 내게,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고 싶은 걸 해도 괜찮다고, 세상에 그렇게 큰일이 일어나진 않는다고 알려준 네가, 나는 참 좋았어.



그날도 그랬지.


왜인지 모르겠는데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비나 실컷 맞고 싶다-


그래? 그럼 나갈까?


정말로? 진짜? 지금?




응! 나가자! 비가 맞고 싶으면 비를 맞아야지!




어릴 때 비 맞는 걸 참 좋아했었거든. 아니 지금도 나는 비 맞는 걸 참 좋아하거든. 놀이터에서 소나기를 맞으며, 흙탕물 투성이가 되어 그네를 타고 뺑뺑이를 돌리고, 지나가는 행인들 혹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다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아이가 된 것처럼, 나는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해. 그런데 내가 어느새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고 직장인이 되고, 가장 내 멋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렇게 멋지게 살고 싶던 나였는데.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서 제대로 시원하게 비를 맞아본 게 대체 언제인지도 모르겠어. 내가 이때까지 만났던 남자들은 말이야, 내가 지나가는 말로라도 비를 맞고 싶다고 하면, 아, 시원하다, 하면서 조금이라도 우산을 비껴 쓰면, 안 돼, 감기 걸려.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자.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그 날 오히려 망설이는 내 손을 잡아끌고, 실내화가 모자라 지압되는 욕실화를 꺼내 신고, 쏟아지는 빗줄기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 준, 너를 너무 사랑했거든.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 시선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둘이 킬킬대며, 어디가 어디인지 알지도 못하는 골목을 발 가는 대로 끝없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빙빙 돌고, 어둑한 골목 가로등 아래에서 입을 맞추고, 나를 번쩍 들어 올리기도 하고, 둘이 나란히 서서 시원한 빗방울을 얼굴로 고스란히 받아보기도 하고, 온몸이 다 흠뻑 젖어 추위가 뼛속으로 새어 들어갈 때 즈음에야 우린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 핸드폰도 없이 무작정 뛰쳐나와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도 없었어. 그냥 먹구름 속에 우뚝 솟은 남산타워만 보고, 아마 저쯤일 거야, 조금만 더 가면 될 거야, 그렇게 마치 먼 등대 불빛에 의지해 검은 바다를 헤쳐 나가는 조각배처럼, 지도 한 장 없이 서로를 의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지. 울퉁불퉁한 욕실 실내화가 너무 발이 아파 계속 번갈아가며 바꿔 신어가며 말이야. 그렇게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수많은 동네와 막다른 골목을 지나쳐, 우리는 가까스로 집에 도착할 수 있었어. 그때는 그랬지. 그때는 세상에 너랑 나밖에 없었지. 우리가, 있었지.



첫 데이트 때 본 영화가 정말 죽을 만큼 재미가 없었을 때, 네가 내 귓가에 속삭였어. 재미없지, 나갈까 우리?


태어나서 영화를 보다 중간에 나간다는 건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어. 아무리 재미없고 끔찍하다 할지라도, 그런 건 내 인생에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거든. 그런데 네가 알려줬지. 영화가 재미없으면, 그냥 일어서서 걸어 나가면 그만이라고. 그리고 우린 길을 걷고 밥을 먹고 얘기를 했지. 난 아직 너한테 확신도 가지지 못한 상태였는데, 네가 씨익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지.



그래서, 아버님한테 인사는 언제 드리면 돼?


나는 시작하기 전부터, 네가 어떤 애인지 알고 있었어. 너는 즉흥적이고, 너는 술 담배를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고, 피시방을 좋아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여자들을 많이 만나 봤을 테고, 여자를 꼬시는 데 일가견이 있을 거고, 너는 허세가 좀 있고, 너는 다정하고 상냥하고, 너는 네 마음을 표현하는 걸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너는 요리를 잘하고, 내가 알바를 하러 갈 때마다 뭐 먹고 싶어? 새로운 밥을 차려줬고, 너는 나랑 더 같이 있고 싶어서 한적한 저녁 시간까지 굳이 알바를 썼고, 그나마 내가 일하지도 못하게 테이블에 가만가만 앉혀놓고, 네가 좋아하는 영화라며 미니언즈를 보여줬고, 너는 그림을 잘 그렸고, ‘건드리지 마세요’ ‘깨진 컵 주의’ 같은 문구들을 직접 손으로 정성스럽게 써서 깔끔하게 가게 여기저기에 붙여놓았고, 너는 일을 참 잘했고,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테이블을 정리하고, 한 손에 많은 걸 들어 옮기고,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단골손님들이 뭘 좋아하는지 무슨 컵을 쓰는지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고, 잘생긴 총각 어디 갔냐며 손님들은 항상 너를 찾았고, 퇴근할 때면 옆집 노래방 아주머니한테 꼭 인사를 드리고 갔고, 가끔 가게에 찾아오는 잡상인들을 예의 바르게 밖으로 안내하며 씁쓸해하고, 누가 봐도 제멋대로인 알바를 자르면서도 너무나 미안해하고. 내 카포가 부러졌다고 했을 때 듣자마자 악기점에 가 새 걸 사다 주고, 보답으로 미니언즈 미니블록을 사다 줬을 때 너는 아이처럼 환호하며 나를 꼭 껴안았고, 걸어서 15분 걸리는 집을 매일 오토바이로 태워다 줄 때 너는 나한테 좋은 헬멧을 씌워주고, 라이딩 장갑을 끼워주고, 네 패딩을 입혀주고, 다리까지 옷으로 꽁꽁 감싸주고, 가파른 계단에 앉아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캔맥주를 마셨을 때 그냥 한 캔, 마시려고 했던 건데 나는 집에 있던 미니 양주들을 싹 꺼내왔고, 치즈를 꺼내왔고, 결국엔 가파른 내리막길에 있는 편의점까지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며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갔고, 지난번 당구 내기에서 생긴 내 소원으로 사실 나는 그 날 너에게 그만 나를 포기하라고, 나는 너를 만날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지, 나한테 입 맞춰 보라고.



너를 만나며 더 많은 걸 알게 되었지. 사는 빌라의 건물 관리를 하긴 하지만 그걸 소유한 건 아니고, 운전을 잘 하긴 하지만 아빠 차를 가끔 빌려 타는 거고, 너는 너와는 좀 다른 느낌의, 반듯한 형과 똑똑한 남동생이 있고, 네 가족은 절대 부유하지 않고, 네 부모님은 이상한 종교를 믿으시고, 네 엄마는 너한테 집착이 심하시고, 네 엄마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 자꾸만 뒤에서 내 욕을 하시고, 새벽 두 시에 전화를 해 너를 찾으시고, 넌 나랑 만나며 담배를 끊겠다고 했지만 자꾸만 몰래 피우고, 또 자꾸만 몰래 친구들과 피시방에 가고, 술을 마시고, 너는... 너는 거짓말을 하고, 사과를 하고, 거짓말을 하고, 또 사과를 하고, 그리고 거짓말을 하고, 이제 화를 내기 시작했지.



처음 헤어졌을 때 나는 알았지. 너랑은 결코, 미래를 함께할 수 없다는 걸. 넌 내가 찾는 단 한 사람이, 나랑 영원을 함께할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 나는 만나기 전부터 그걸 알았지. 정말 젊음이 빛나는 시절 반짝, 짧고 굵게, 함께하게 될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지. 그런데 나는 네가 날 바라보는 눈빛을 믿었고, 처음 이별을 고하고 며칠 후 새벽에 엉엉 울며 전화했던 그 진심을 믿었고, 나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우리 사랑을 믿었지. 우연히 보게 된 너의 빳빳한 새 노트 첫 장에, 나보다 예쁜 반듯한 너의 글씨체로, 한 줄 한 줄 또박또박, 비 맞았던 날, 무슨 영화를 본 날, 같이 뭐 했던 날, 나랑 있었던 소중한 추억들을 나란히 써 놓은 걸 보았을 때, 그때의 내 행복한, 벅찬 마음을 어떻게 감히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런 날도 있었지. 여느 연인들이 다 그러하듯, 참 좋은 날이 많았지.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나를 사랑한 날들이 참 많았지. 함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즐겁고, 두려울 게 없는 날이 많았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하게 해주겠다고, 넌 글을 쓰고 싶어 하니까, 최대한 많은 걸 직접 보고 느껴야 하니까, 너랑 같이 있는 동안 모든 걸 다 하게 해주겠다고, 그렇게 말했던 너. 나한테 쓰는 돈 한 푼 정말 아낀 적이 없던 너. 나는 어딜 가도 항상 기본 메뉴를 시키는 게 마음이 편하고, 소스 추가 이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너는 어딜 가나 여기까지 왔는데, 기왕이면, 하면서 제일 맛있는 걸 시키고 원하는 건 뭐든 다 척척 주문하고, 먹고 싶은 게 많다면 메뉴를 꼭 두 개만 주문할 필요는 없는 거고, 틀에 갇히지 않은 너의 그런 무모함, 아주 충동적인, 본능에 충실한 행동들이, 단지 현재,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는 그런 네가 신기했고 또 좋았어.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지고 있는 네가. 너랑 있으면 그냥 세상 모든 게 쉬울 것 같았어. 먹고 싶은 건 먹고, 하고 싶은 건 하고, 사고 싶은 건 사고, 돈? 그건 또 벌면 되잖아!




딱 한번, 딱 한번이었지만. 네가 내 손을 잡고 중고서점에 갔을 때. 너 이런 곳 안 좋아하잖아? 그랬을 때 그래도 네가 좋아하잖아, 좋지 않아? 이러면서 괜히 책장 여기저기를 끌고 다니며, 이 책은 어때? 저 책은 어때? 처음으로 네가 내 분야에 관심을 가져 주었을 때 말이야. 한 권씩 책을 사 들고, 근처 카페에 가서 나란히 책을 읽자고 했던 너. 조금 읽다가 눈치를 보더니 그랬지, 근데 꼭 같이 있는데 책을 읽어야 할..까? 너랑 놀고 싶은데. 난 너랑 마주 앉아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지만, 그 마음만으로 이미 충분했기에 아니야 괜찮아, 우리 다른 거 하자. 수다 떨까? 그렇게 말했지, 근데 넌 내 아쉬움을 읽었는지 다시 단호하게 아니야 아니야 책 읽을 거야, 네가 졸라도 안 돼. 무조건 100페이지까지 읽어. 다시 나는 아니야 너무 길어 나 읽기 귀찮은데 진짜, 30까지만 읽자. 안 돼! 그럼 딱 50까지야. 그 아래로는 절대 안 돼. 그렇게 타협한 우리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 조용히 책을 읽었지. 네가 50페이지까지 읽을 때까지, 나는 몇십 쪽을 더 읽으며 너를 기다렸지, 책을 덮고 나서는 그 날 문 닫는 문구점에서 성의껏 함께 고른 로봇이 그려진 종합장을 펴놓고, 같이 그림을 그렸어. 바닷속 세상을 그리고, 초원이랑 정글을 그리고, 어린 왕자랑 장미, 여우를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그리고... 알 수 없는 것들을 잔뜩 그리고.... 나는 그 날이 정말 행복했어. 너랑 그냥 그렇게 오순도순, 아주 소박하고 소소하게, 그런 것들을 하며 천천히 늙어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 날. 어쩌면 미래가 없을 것 같던 너와도, 그렇게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다시 또 네가 거짓말을 하고. 나는 너의 숨통을 죄이고. 나는 너에게 이별을 고하고. 너는 나를 붙잡지 않고. 일주일이 흐르고, 이번엔 내가 너를 잡았고. 다시 만난 너는 당당하게 담배를 피기 시작했고, 나는 내 서툰 젓가락질을 고쳐가며 너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새로운 결심을 다졌고. 그런데 젓가락질은 조금씩 익숙해져 가도, 사람은 참 변하지 않지. 처음에는 내 탓을 했어. 내가 문제인 줄 알았어. 내가 너를 의심해서, 내가 너를 못살게 굴어서, 내가 너를 무시해서, 네가 자꾸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거야, 몰래 친구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는 거야, 내가 다 받아주고 이해하고 기다리면 안 그럴 거야.



내가 마지막 이별, 진짜 이별을 결심했을 땐 알겠더라. 나는 이제 나를 탓하지 않아. 나는 너를 탓해. 너의 거짓말을 탓해. 나를 사랑했겠지만, 네 거짓말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던, 깊지 못했던 네 마음을 탓해, 나보다 담배와 거짓말을 더 버릴 수 없었던, 너의 얕은 마음을 탓해.



나는, 너를, 탓한다.


너와 만나는, 단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서서히 변해가는, 미쳐가는 내 모습을 보니까 알겠더라. 너의 거짓말에 다치고 상처받아 이젠 모든 것을 하나하나 의심하고, 어떻게든 진실을 캐내려 애쓰는 나를. 네 말대로 진짜 사고가 났는지 주차장에 대 놓은 차를 확인해보고, 네 학교에 전화를 해보고, 네가 탄다고 했던 기차 시간표를 확인해보고, 심지어 너네 어머님처럼, 주변 사람들한테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을 때, 나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어. 내가 너네 어머님이랑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걸 깨달았어. 그런데 말이야 내가 너의 말을 의심하고 뒤를 캐보았을 때, 단 한 번도 말이야, 단 한 번도 네 말이 사실이었던 적이 없었어. 항상 모든 건 거짓이었고 어딘가 맞지가 않았어. 그래서 나는 그만둘 수가 없더라. 혹시 너는 나에게 탓을 돌리고 있을까? 몰래 네 폰을 확인하고, 뒤에서 어떻게든 사실을 밝혀보려 했던 내가, 그렇게 멍청하지도 둔하지도 못했던 내가 집착이 심했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네가 널 끝없이 의심하는 네 엄마를 진절머리나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내가 보니까, 아니 직접 겪어보니까 알겠더라고. 너네 엄마가 너를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 네가 너네 엄마를 그렇게 만든 거야. 너의 타고난 천성이, 너의 거짓말이, 너의 그 무서운 습관이, 네 주변 사람들,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미쳐가게 만든 거야. 그걸 깨달았을 때, 집착하며 네 뒤를 캐고 있는 내가 너무 불쌍하고 비참하고 더 이상 봐줄 수가 없었을 때, 나는 더 이상 망가질 수가 없었어. 어차피 내가 알게 된 사실들, 너에게 말해봤자 넌 또 나를 미친 애 취급했겠지. 널 그렇게 못 믿느냐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냐, 그렇게 화를 냈겠지? 그리고 또 내가 처음 듣는 새로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사실 이런 일이 있어서 그런 거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겠지. 그게 끝없는 반복이겠지...... 너의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랑 있을 때 여전히 행복했고 너를 사랑했지만, 너를 만나며 망가져가는 나 자신까지는 사랑하지 못하겠더라. 네가 결코 변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고, 어쩌면 너도 나에 대한 마음이 많이 지쳤고, 사그라졌기에 그렇게 연락도 뜸해지고, 나를 속이고 먼 여행을 떠났겠지. 그래도 네가 여자 문제 하나만큼은 만들지 않으리라, 그렇게 믿었기에 네 거짓말도 귀엽게 생각하려 했던 때도 있었지만, 그 카톡 대화창을 본 순간 모든 믿음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어.



아마 너는 그냥 나를 언젠가부터, 사랑하지 않았나 봐.



그냥 너는 나한테 굳이 먼저 헤어지자고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만남을 유지하고 있었던 건가 봐. 나는 아니까, 네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얼마나 따뜻하고 자상하고 사랑스러운지, 너무 잘 아니까. 우리 만남 끝의 네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쉽게 헤어질 수 있었겠지. 네가 원하던 이별이었겠지 이게. 아주 깔끔하고, 질척대지 않는. 양심의 가책도 느낄 필요 없는. 내가 수없이 부탁했던 것처럼 네가 나한테 지쳐갔던 것들, 서운했던 것들, 나랑 멀어져 가는 이유, 진작 하나씩 조금씩 미리 말해줬더라면, 그러면 뭐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내가 너를 바꿀 수 있었을까. 아니, 없었을 거야. 그리고 나는 너랑 헤어지는 게 맞다는 걸 알아. 이대로 우리가 영영 끝인 걸 알아. 너는 나를 꼬셨듯 다른 여자한테 가서 이제 그렇게 달콤한 말을 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 애도 언젠가는 나처럼, 서서히 의심 때문에 미쳐가다 엉엉 울며 이별을 고하겠지.



네 생일날, 너랑 함께 하려고 같이 골랐던 퍼즐을 방바닥에 펼쳐놓았어. 퍼즐을 그렇게 잘 맞춘다는 너 없이 난 이제 혼자 이걸 다 맞춰가야겠지만, 언젠가는 천 개의 조각을 하나하나, 조금씩 천천히, 다 맞출 수 있을 거야. 그때는 너를 추억해도 조금도 아프지 않을 거야.



안녕, 너무 달콤했던 나의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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