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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댄스를 하면서 '기능하는 몸'을 재발견한 과정을 그린 에세이

오도현 / 기사승인 : 2020-03-25 1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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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슬플 땐 봉춤을 춰] 저자 폴 매달렸니

책 소개



<난 슬플 땐 봉춤을 춰>는 '폴 매달렸니' 작가의 에세이다.


책은 근력은 1도 없었고 마른 몸만들기에 평생을 바친 (물론 뜻대로 되지 않은) 30대 여성이 폴 댄스를 하면서 '기능하는 몸'을 재발견한 과정을 그렸다.


폴 댄스를 등록한 첫날부터, 오랜 여정 동안 작가에게 일어난 변화를 생생히 들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폴 댄스 킹이 되어서 라스베가스를 뒤집어놓으셨다!" 같은 결말은 아니다. 작가는 아직도 운동쪼렙 답게 느릿느릿하게 봉을 잡고 분투 중이기에.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이상 자신의 몸을 부정하지도, 식이조절을 하지도, 활력 없이 살지도 않게 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폴 매달렸니' 작가의 에세이 <난 슬플 땐 봉춤을 춰>를 통해 독자들은 봉춤에 대한 편협한 시선과 편견을 벗어던지고, 그동안 몰랐던 봉춤의 매력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저자 소개



저자: 폴 매달렸니(글, 그림, 사진)



가느다란 팔이 유일하게 몸에서 봐줄만 하다고 생각하던 시절, 우연히 폴댄스를 접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절벽에 매달릴 경우, 내 얇은 팔은 나를 살려주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고 이후 1년 반동안 봉을 타고 있습니다.





목차



봉춤 첫날 10 / B형 팔뚝을 가져야겠어 24 / 선생님은 조련킹 36 / 보이는 데만 날씬해 보이는 거라는 참말 46 / 존버스포츠 54 / 숫자 못 세시는 선생님께 64 / 폴댄스 배워서 어디다 쓰냐고? 72 / 깨벗고 봉을 타면서 영상은 왜들 찍어대는가 82 / 넌 스트리퍼가 되고 싶은 거야? 90 / 그들만의 이국 96 / 폴태기가 왔다 100 / 인벌트의 난 108 / 여자 손이 왜 이 모양이야 122 / 숨쉬기 운동 132





본문



이번에는 팔꿈치.



폴댄스 2주 차쯤, 목을 다쳤다. 처음에는 스마트 폰을 많이 써서 담이 왔나 싶었는데, 병원에 가보니 목 뒤쪽 근육이 놀라서 경직된 탓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팔을 위로 뻗어 폴을 잡고서 발을 떼는 그때,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목에 힘을 빡 주면서 점프하듯 발을 딛는다. '히익', '뜨하', '핫챠' 느낌으로. 어느 부위에 필요한 힘이든, 순간적인 근력을 써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일단 어깨와 목부터 긴장시키게 된다. 침도 맞고 잠시 쉬기도 하면서 회복시켰고, 발을 뗄 때 목을 너무 긴장시키는 대신 어깨로 더 힘을 분산시키려 애썼다. 그랬더니 이번엔 어깨가 결렸다. 어깨를 회복시킨 후 이제부턴 팔에 더 힘을 주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팔꿈치.



그렇게 다쳐서 대단히 오래 버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꼴랑 몇 초 버티는 것뿐. 영화에서처럼 차 사고가 나서 절벽에 매달리게 된다면, 나는 곧바로 떨어질 게 분명했다. 하체에 비해 비교적 가늘고 길어 장점이라 생각했던 내 팔은, 가는 형상을 한 것 빼면 기능적으로는 취약한 것이었다. 내 인생에 위기가 찾아와도 나를 구해주지 않겠지. 몇 초 버티자고 가까스로 매달려봐야 몸 여기저기를 쑤시게만 만드는, 달려만 있지 나를 견인하지 못하는 존재.



선생님들의 체형은 다양하다. 화보에서 튀어나온 모델 몸매도 있고, 배가 튀어나온 체형도 있고, 나와 비슷한 하체 통통이도 있다. 공통점은 튼튼한 팔. 사이즈의 차이는 있지만 힘을 주면 금방 모습을 드러내는 알통이 있었고 웜업할 때 보이는 어깨와 등 근육도 너무너무 멋졌다. 나보다 큰 엉덩이를 가진 선생님도 (놀랍게도) 있었지만, 두 팔로 그 엉덩이를 들어올려 멋진 동작을 할 때는 캡틴 마블처럼 멋져 보였다. 나와 선생님의 엉덩이 사이즈는 비슷할지 몰라도 그 위에 달린 팔과 함께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아웃풋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선생님 같은 팔을 갖고 싶었다. 그래야만 이것저것 동작을 해낼 수 있는데.



'어좁이' 어깨와 가는 팔이 미워졌다. 폴 탈 때 쓸모 있는 팔을 가지고 싶어졌다. 매일 스튜디오에 나오면 사람들 팔을 보면서 그 사람이 어느 반인지 추측하게 되었고, 대부분 맞았다. 그때부터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등이 꼿꼿하고 다부진지, 팔이 탄탄한지를 보면서 부러워하게 되었다. 드레스 입은 연예인 사진을 보면 '펜슬이나 인벌트 같은 동작은 못 할 팔이네.' 생각하게 되었다. 여전히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하게 존재했지만, 나는 자연스레 그것을 '폴 잘 탈 것 같은 팔'인지 아닌지로 구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부러운 팔을 갖고 싶어졌다.



- 'B형 팔뚝을 가져야겠어' 중에서 -




"넌 스트리퍼가 되고 싶은 거야?"



모르는 남성에게 느닷없이 DM을 받았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내 폴댄스 영상에 대한 답변으로 보낸 메시지였다. 폴댄스 영상을 올리다 보면 이런 걸 한 번쯤 받는다고는 들었는데,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폴댄스 영상을 종종 올리는 강사에게 누군가 메시지를 보내, '수당을 많이 쳐드릴 테니 알몸으로 여자 두 분이서 폴댄스를 춰주실 수 있느냐, 나 혼자 의자에 앉아서 볼 예정이며 가격은 후하게 쳐드리겠다.' 같은 소리를 했다는 글을 본 적도 있다.



폴댄스 영상을 보면 쓰는 근육과 운동량이 확연하게 보인다. 누가 봐도 엄청난 근력운동이다. 10초만 보더라도 영화에서 봤던 스트립쇼 이미지가 지워져야 정상일 텐데, 그 몸이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살을 덮는 천의 면적이 적었다는 것에 눈에 뒤집혀서는 순식간에 상대방을 '살 수 있는 여자' 취급하는 남자들에게 진절머리가 난다. 여성이 하는 행동을 자기 위주로 해석해서 멋대로 영역을 침범하고 하고 싶은 말을 싸지르는 태도. 면전에서 나온 말이었다면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다.



싸이클이나 레슬링을 하는 남성이 성기가 부각될 만한 타이트한 바지를 입는다고 해서, 외설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그런 걸 입는 거냐고 묻는 멍청이는 어디에도 없다. 애초에 가랑이에 확연히 보이는 굴곡을 성적으로 보지도 않는다. 여성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입는 짧은 경기 의상을 가지고 엉덩이 다 보이는 치마를 입는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남성 수영 선수가 삼각 수영복을 입고 나왔다고 해서 왜 웃통을 다 까고 다니냐고 하는 정신 나간 사람도 없다. 폴댄스는 수영이나 싸이클 복장처럼 공기 저항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섬유가 몸에 덮이는 순간 아예 할 수 없는 동작이 생긴다. 노출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요소다. 누가 봐도 근력운동이 확실한 활동을 보면서 그저 제 눈에 들어오는 노출에 대해서만 눈이 뒤집힌 사람들을 이해해줄 마음은 추호도 없다.



동시에,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많으니 연습 영상을 안 올리면 어떠냐는 말을 우회적으로 들은 적도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마음은 없다. 내가 올리는 연습 영상은 스포츠웨어를 입은 운동 영상이다. 그게 일부 사람들에게 무엇을 상기시키든 내가 그에 따라 일일이 조치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수영, 피겨스케이팅, 리듬체조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집단이 있다고 해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운동하는 모습을 내세우지 못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내 성취를 전시하는 건 내 마음이다. 내 몸은 내 것이고, 내가 찍은 폴댄스 영상을 내 SNS 계정에 올리는 것은 나의 자유다. 물론 그게 다른 캡션이 달려서 다른 곳에서 유포된다면 거기부터는 범죄가 될 테지만,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폴댄스 영상을 SNS에 올린 것은 그런 범죄 사실 앞에서 아무런 참작할 거리가 되지 않는다.



얼마 전 몇몇 폴댄서들이 사복 입고 폴을 타는 인스타그램 릴레이 캠페인을 했다. 폴댄스가 가진 외설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의도였는데, 아주 잘못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폴댄스에 가진 외설적인 시선은 사복을 입고 한정적인 동작을 겨우 하면서 개선되는 게 아니다. 폴댄스에서 노출을 하는 것은 종목 특성에서 오는 것임을 다양한 동작을 통해 더 많이 보여주고 알려야 옳다.



모르는 건 자랑이 아니고요.


너 보라고 벗는 게 아닙니다.



- '넌 스트리퍼가 되고 싶은 거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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