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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웹진 motion의 네 번째 독립영화 매거진

김미진 기자 / 기사승인 : 2020-03-24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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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독립영화 웹진 motion


책 소개


[motion 4호]는 독립영화 웹진 motion에서 발행한 독립영화 매거진이다.


2016년 3월 웹진으로 시작한 motion은 작지만 반짝이는 독립영화를 생각하는 다양한 마음들을 담아오고 있다. 최고나 최선에 연연하기보다는 또박또박 보고 느끼고 써온 이야기들이 어느덧 네 권의 잡지로 묶였다.


[한강에게]로 열고 [밤의 문이 열린다]로 닫는 보통의 하루는 세 시간대로 나뉘어 본문에 수록되었다. [박화영], [살아남은 아이], [어른이 되면], [영시], [밤치기] 등 같은 듯 다른 결을 가진 글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한다. 뒤이어 조금 특별하게 기억될 날들은 특집과 기획으로 배치되었다. 고요하지만 치열한 고민을 터놓던 공개 모집의 날, 좋은 날씨 아래 낯선 영화를 찾아간 전주, 적은 호기심으로 모인 6주간의 읽기 모임, 매월 마지막 수요일의 월례비행이 그러하다.


독립영화 웹진 motion의 매거진 [motion 4호]는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영화들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줄 것이다.


[출처: 별책부록]

저자 소개


저자: 독립영화 웹진 motion


목차


Editorial 어떤 날이 연속되기를 이형관 7


어떤 날


분별없는 어스름 사이에서


[한강에게] 허기진 밤에는 친구들과 막걸리를 차한비 11 / [박화영] 굴종의 땀에서는 김민범 13 / [살아남은 아이] 속죄의 방법 미래 17 / [거인] 거인국 유성현 20 / [4등] 4등을 채우고 있는 것 김팝콘 22


극성스러운 햇빛이 부푸는


[우리들] 봉숭아 조현진 25 / [어른이 되면] 나의 시간, 당신의 시간 천혜윤 26 / [영시]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순간들의 이름들 김팝콘 28 / [땐뽀걸즈] 너의 생일에는 고구마 케이크에 초를 켤 거야 차한비 30 / [한여름의 판타지아] 취중진담 유성현 32 / [잡히기만 해봐라] 그 주먹은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최미소 34


어둠이 찾아오는 쪽으로


[소공녀] 의식주 유성현 37 / [졸업] 어른이 되지 않을 용기 미래 39 / [매리크리스마스 미스터모] 불발된 온기 천혜윤 42 / [뎀젤] 저는 구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최미소 44 / [벌새] 엄마 소식이 궁금할 때는 감자전율 차한비 46 / [밤치기] 치기와 취기 사이 유성현 48 / [밤의 문이 열린다] 유령에게 천혜윤 50


칼럼 나는 독립영화外인이다


2막 2장 "저도 '영화인'인가요? - 누구도 포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진은영 54


3막 "나는 독립영화外인이다." 진은영 56


독립영화 리뷰 공모전 [Re-wind]


[소공녀] 오늘 힘들다고 슬퍼하지마. 어차피 내일도 힘들테니까~!~! 권은수 60 / [초행] 어른 되기에 대한 단상 김지현 62 / [이월] 생은 계속되어야 한다 미래 64 / [졸업] 상지대만으로는 너무 큰 싸움이었습니다 이준수 66


전주국제영화제 x motion


[판소리 복서] 약속했던 적이 있다 김민범 70 / [마감시선] 일상을 잃은 자는 어디로 가는가 진은영 71 / [벌레] 작은 것들에 의한 시 유성현 72 / [욕창] 아버지, 우연히 망하세요 성미래 73


독립영화 읽기 모임 [필독]


[파닥파닥] 평범한 사람 유성현 75 / [죄 많은 소녀] 몸으로 말해요 미래 77 / [거인] 나는 영재를 안다 김지수 80


월례비행 x motion


[벌새] 그늘진 곳 천혜윤 84 / [초행] 지금 여기의 연애 김민범 86 / [우경] 보는 순간, 볼 수 없기에 유성현 87 / [작은빛] 기원과 기억 천혜윤 88 / [겨울밤에] 얼음이 깨지는 영화 김민범 90 / [재재월드] 허물어진 세계에서 유성현 92


본문


너의 이름은 김현빈. 거제여자상업고등학교에 다니는 네 친구들과 나란히 소개된다. 여름 햇살이 들이치는 교실에서 너는 아주 피곤해 보인다. 선생님은 수요와 공급을 열심히 가르치지만, 너는 그다지 버티는 기미도 없이 금새 잠에 빠진다. 누군가 너를 복도로 불러낸다. 그는 작년과 올해 '상황'을 비교하고, '사회생활'을 걱정하며 '단합'을 강조한다. 너는 도리질 치며 싫다고 한다. 정말 싫은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싫다고 해야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확한 맥락은 알 수 없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너에겐 '문제'가 있다.


슬픔을 묻어 놓고 다함께 차차차


장면이 바뀐다. 너는 춤을 춘다. 스텝을 맞추고 기합을 넣는다. 댄스스포츠 연습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자, '땐뽀반' 이규호 선생님이 차비를 내어준다. 아이들 대부분은 버스를 한 번만 타면 되는데, 너는 세 번이나 타야 한다. 선생님이 "현빈이는?" 하고 묻자, 너는 누군가 데리러 오기로 했다며 돈을 거절한다. 그리고 혼자 버스를 타고 고깃집에 간다. 교복 대신 검정색 유니폼을 입고서 숯을 나른다. 손님들은 어려 보이는 너를 붙잡고 온갖 질문을 던진다. "여자애가 왜 이런 일을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학교는 다니는지, 피곤해서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꼬리를 물고 물음표가 이어진다. 너는 왠지 모르지만 "남자들이 하는 거, 그거 내가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잠깐 틈이 나면, 식당 한구석에서 턴을 해본다. 너는 바쁘고 힘든데, 그만큼 춤이 좋다. 춤을 출 때 제일 재밌고 행복하다.


너는 네 생활을 책임져야하는 입장이다. 집에서 부모와 사는 대신, 친구와 원룸을 얻었다. 내일 반찬을 궁금해하는 투로 자기 전에 친구에게 묻는다. "우리 생활비는 어떻게 벌어?" 춤은 좋지만, 연습하고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일을 쉬어야 한다. 친구는 "몸을 굴려"서라도 돈을 더 벌겠다고 한다. 삶은 무게를 지닌다. 사람마다 시기마다 다르지만, 일단 그 무게를 떠안으면 삶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너는 어쩌면 그걸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너뿐만이 아니라, 춤을 추는 친구들 대부분이 그렇다. 하교하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동생을 돌보고, 홀로 집을 지킨다. 조선소로 지탱되던 지역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지만, 거제에서 나고 자란 너희들에게는 진로도 미래도 한 길로 정해진 듯 느껴진다. "이제 열여덟이라고 해도 내년에 취업을 나가"니까, 마냥 웃고 놀 수만은 없다.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너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숙취로 고생하는 너에게 선생님은 숙취해소 음료를 사다 주기도 한다. 너는 일하느라 종종 춤 연습에 빠지고, 연습을 나와도 피로 때문에 집중하지 못한다. 어느 날, 선생님은 널 앉혀두고 대화를 청한다. 남의 소식을 전하듯 무거운 이야기를 덤덤하게 털어놓던 너는 결국 눈물을 보인다. 아마도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생 많다며 어깨를 툭툭 쳐주는 사람 곁에서, 너는 눈물을 닦는다. 하지만 슬픔도 근심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 대회가 가까워지는데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자, 친구들은 너에게 화가 난다. 네가 못해서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에게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이 네 사연을 모르듯, 너 역시 친구들이 처한 곤경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불쑥 각자의 괴로움이 터져 나오고, 눈가가 붉어진 너는 긴말을 삼킨다. 그리고 다시 "차차차를 하자"고 한다. 연습이 재개되지만, 체육관에는 방향을 잃은 저마다의 미안함이 가득하다.


날이 밝고, 별일 없었다는 듯 비슷한 하루가 시작된다. 대형을 맞추며 스텝을 밟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이 사라진다. "내가 왜 음악 껐는지 알겠제?"라고 차갑게 묻는 친구를 보며, 너는 표정이 굳는다. 바로 그때, 어쩔 줄 몰라 하는 너에게 친구들이 다가온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현빈이 생일 축하합니다." 서프라이즈 파티다. 긴장이 풀린 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린다. 네가 울자 친구들도 따라서 운다. 왜 우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한 명이 울면, 곁에 있던 다른 한 명이 또 눈물을 보인다. 너희들은 웃고 울며 동그란 케이크 주위를 둘러싼다. 연노랑 파우더가 곱게 뿌려진 고구마 케이크다. 간식이라기엔 묵직하고 밥이라기엔 가벼운 케이크 위에 초가 여러 개 꽂혀 있다. "울지 마, 울지 마!"라며 친구들은 박수를 치고, 너는 후 하고 촛불을 끈다.


- '[땐뽀걸즈] 너의 생일에는 고구마 케이크에 초를 켤 거야' 중에서 -


"팀장님! 드디어 넣어 주시기로 했어요! 이번 주로요!"


종일 수화기를 붙잡고 있던 직원이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쾌활한 성격의 팀장님은 한껏 들떠 연신 '대박'을 외쳤다. 같이 즐거워할 준비가 되었다는 나의 간절한 눈빛을 느낀 팀장님이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모 방송사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엔딩에 우리(가 홍보하는) 영화가 들어가게 되었으며 얼마나 의미 있는 성과인지 설명해주셨다. 그 방송을 몰랐더라면 진심으로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그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나는 알고 있었다. 이번 주말, 1%가 채 되지 않는 시청률의 방송 말미에 영화 이미지 하나 없이 타이틀만 오롯이, 잔상조차 남지 않을 만큼 짧은 시간 동안 노출될 것이다. 두 번째 영화사는 주로 수입사의 영화 홍보를 위해 모든 일을 하는 홍보 대행사였다. 정말이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했다. 첫 회사와 달리 좋아하는 영화가 다수 리스트업 되어 있는 이 회사의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지원했고 하루 만에 면접을 보았다. 며칠 전에도 같은 공고를 봤던 것 같지만 어쨌든 그 자리에서 합격해 다음 주부터 출근했다. 며칠 동안 전화와 이메일을 붙잡아 귀중한 3초를 얻어낸 데 모두가 기뻐하던 그 순간, 그러니까 출근한 지 3일째 되던 날 처음으로 영화 업계의 구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철저한 피라미드 구조였다. 독립 단편에도 수 백만 원은 가뿐히 넘는 영화 산업 특성상 꼭대기에는 그만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투자사가 있다. 그리고 국내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사, 외화를 들여오는 수입사가 그다음이다. 국내 대표 양대 제작사인 CJ 엔터테인먼트와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특징은 탄탄한 투자사를 이미 안고 있는 대기업인데다 전국에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직접적인 유통 채널까지 확보하고 있다는 건 두 기업이 사실상 대한민국 영화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통 채널은 없지만 확고한 스타일을 보유한 제작사인 쇼박스,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등과 외화를 수입하는 크고 작은 콘텐츠사/수입사들이 있고 제일 하단에 홍보 대행사가 있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 홍보, 마케팅팀이 있어 주력이 아닌 영화의 마케팅 홍보는 대행사에 외주를 준다. 작은 제작사들 역시 그보다 작은 대행사에 외주를 준다. 근무 강도는 자연히 피라미드의 위치를 따랐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다니던 대행사는 그중에서도 최악의 근무 여건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한때 대행사에서 약 3년간 월 100만 원을 받으며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 먹듯 하다 대기업으로 스카우트 되었다는 어떤 이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돌았던 적이 있다. 전설이라는 건 이후로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이 회사의 채용 공고를 자주 봤던 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실제로 수시로 사람이 들어오고 나갔다. 당장의 근무 환경이나 급여, 미래의 커리어 중에서 어느 것 하나 충족되지 않는 곳에서 경력을 쌓을 만큼 나는 순진하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았다. 퇴사 후 바로 수입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 건 운이었다. 국내에서 마니아층이 두터운 해외 감독의 작품을 단독 수입하며 고속 성장한 이 회사는 규모에 비해 모든 면에서 무척 '있어' 보였다. 디자인 스튜디오 같은 외관부터 내 블로그를 보고 자신과 영화 보는 눈이 같다며 예뻐해 주시던 이사님과 쿨한 직원분들까지, 나만 잘 따라 오면 자존심 안 굽히면서도 멋지게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거란 이사님의 말씀에 하루 종일 얼마나 심장이 뛰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기쁨은 첫 업무와 함께 사라졌다. 당시 회사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이사님이 개인적인 사연이 녹아 제작 단계부터 세심하게 참여했을 정도로 기대도 애정도 큰 프로젝트였다. 입사하자마자 팀장님이 퇴사하였기에 프로젝트는 이사님과 진행하게 되었다. 덕분에 바로 옆에서 통화나 미팅 상황을 실시간으로 들을 기회가 많았고 이는 내 퇴사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항상 평온하던 이사님이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통화하며 출근을 했다. 사무실에서도 한참을 통화하던 이사님은 방에서 나오자마자 오늘부터 이 프로젝트는 멈출 거라고 말했다. 말문이 막힌 채 눈치만 살피는 내게 다른 팀 팀장님은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영화 언제 걸릴지 모르니까 일단 다른 거 하고 있어요." 극장을 보유하지 않은 영화사는 대행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화 위에 영화관이 있었다. 메인이 엎어질 위기에 처하자 세상 쿨 하던 관리자는 패악을 부리기 시작했다. 엄연히 금연인 식당에서 난처해하는 직원들에게 웃돈을 얹어 방 하나를 빌리더니 그 안을 완전 너구리 소굴로 만들었다. 맨정신으로 보기 힘든 복장의 점원들이 가득한 주점에서 익숙한 듯 즐거워보이는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 나는 완벽한 이방인이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갈 곳은 영화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사에서 일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보람 있을 것 같았다. 그래야 했다. 걸쳐 있기만 해도 바랄 게 없을 거라 믿었던 속단했던 과거의 내가 부끄러워 자꾸만 화가 났다. 그렇다고 다시 대기업 준비에 뛰어들 용기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10여 년간 영화를 향해 달린 끝에 마주한 사실은 영화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벼랑 끝까지 와서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향한 내 사랑은 아주 평범했고, 여기까지였다.


- '2막 저도 '영화인'인가요?, 3장 누구도 포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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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밸류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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