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면발에 밴 해물 감칠맛…은근한 매콤함에 자꾸 가는 손
툼바·로제 이어 비국물 라면 확대…추억 넘어 새 소비자 잡을까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화제의 신제품부터 이색 먹거리까지,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식품이 쏟아지고 있다. 소셜밸류는 ‘그래서 어떤 맛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기자가 직접 맛보고 솔직한 평가를 전하는 시식·체험 코너 ‘먹었슈’를 마련했다. 맛과 식감은 물론 제품의 특징과 화제가 된 배경까지 살펴본다. 코너에 소개하는 제품은 협찬 없이 직접 구매한다. <편집자주>

소비자들이 직접 부활 캠페인까지 벌이며 재출시를 요청했던 ‘볶음너구리’가 돌아왔다. 농심이 국내 판매를 중단한 지 2년 만이다. 단종된 제품을 웃돈 주며 사오고, 비슷한 맛을 내는 조리법을 공유하면서까지 소비자들이 그리워했던 맛은 무엇일까. 돌아온 볶음너구리를 직접 맛봤다.
◇ 첫입은 부드럽고 끝맛은 매콤…오동통한 면발에 밴 해물 감칠맛
지난달 27일 한정 재출시된 볶음너구리 봉지면을 직접 조리해 맛봤다. 중량은 130g으로 국물 너구리(120g)보다 10g 많다. 국물 너구리와 같은 두께의 면에 너구리 모양 어묵과 건미역 등이 담긴 후레이크, 분말스프, 매콤조미유로 구성됐다. 기존 너구리의 상징인 큼직한 다시마는 없지만, 별도의 유성스프인 조미유가 볶음 특유의 풍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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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종 2년 만에 한정 재출시된 농심 ‘볶음너구리’를 조리했다. 오동통한 면발에 너구리 모양 어묵과 미역 등 건더기가 어우러져 있다./사진=한시은 기자 |
볶음면인 만큼 일반 국물 라면보다 조리에 손이 조금 더 갔다. 면과 후레이크를 끓는 물에 넣고 5분간 익힌 뒤, 물을 다섯 숟가락 정도만 남기고 따라냈다. 이후 분말스프와 조미유를 넣고 중불에서 30초간 볶았다.
완성된 볶음너구리는 첫입부터 강렬하기보다는 먹을수록 손이 가는 맛이었다. 국물이 없어 맵고 짠맛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징어와 홍합 등의 은은한 해물 풍미가 입안에 퍼지며 첫맛은 의외로 부드럽게 다가왔다.
끝맛에 남는 가벼운 매콤함이 해물 특유의 비릿함을 덜고,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맛에 포인트를 줬다. 해물 풍미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먹는 동안 쉽게 물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은 것이다.
특히 너구리 특유의 오동통한 면은 볶은 뒤에도 쫄깃함을 유지했다. 굵은 면에 소스가 고르게 배어 씹을 때마다 감칠맛이 올라왔다. 미역을 더하면 오독오독 씹는 재미를 살릴 수 있을 듯했다. 오징어나 새우, 숙주 등을 곁들이면 한층 풍성한 해물 철판볶음면으로도 즐길 수 있겠다.
농심에 따르면 볶음너구리는 기존 너구리 스프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볶음면에 맞춰 맛의 강도와 단맛을 조정했다. 국물 없이 양념이 면에 직접 달라붙어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만큼, 해물 풍미를 살리면서도 면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너구리와 전혀 다른 맛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반면 익숙한 해물맛과 굵은 면발을 좋아한다면 반가울 만하다. 국물에 풀어 먹던 풍미가 면에 고스란히 배어, 친숙한 맛 속에서도 자꾸 한 젓가락을 더 뜨게 하는 것이 볶음너구리의 매력이다.
◇ 단종 이후에도 이어진 요청…사전 예약 3시간 만에 품절
네이버 데이터랩 분석 결과, ‘볶음너구리’의 일간 검색지수는 재출시를 발표한 지난달 14일 16.19에서 판매를 시작한 같은 달 27일 100으로 약 6.2배 높아졌다. 이후 28일 61.77, 29일 56.64, 30일 48.75를 기록하며 소비자 관심이 꾸준히 이어졌다. 검색지수는 조회 기간 내 최고 검색량을 100으로 환산한 값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검색량이 많다는 의미다.
볶음너구리는 너구리 특유의 굵고 쫄깃한 면발에 해물 감칠맛과 매콤함을 더한 볶음면이다. 2017년 출시됐으나 너구리 시리즈 운영 등 브랜드 전략에 따라 2024년 국내 판매가 중단됐다. 다만 일본과 베트남 일부 지역 등 해외에서는 판매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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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심에서 선보인 ‘볶음너구리’./사진=농심 제공 |
해외에서는 볶음면 수요가 큰 데 더해 매운맛과 감칠맛이 균형을 이룬 볶음너구리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여행 중 제품을 구매하거나, 국물 너구리로 볶음너구리 맛을 재현하는 조리법을 온라인에 공유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실제로 농심에 최근 2년간 접수된 단종 제품 재출시 요청 가운데 볶음너구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신라면 분식’에서도 수출용 볶음너구리가 판매 1위에 올랐다. 농심 역시 지난 7월 공식 인스타그램에 볶음너구리 맛을 내는 레시피를 소개하며 소비자 관심에 호응했다.
특히 한 소비자는 재출시를 위한 서명운동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비공식 계정 ‘볶음너구리 부활 캠페인 본부’를 개설하고 지난해 10월 말부터 약 1년간 서명을 받았다. 이달까지 참여한 인원은 2만1000명을 넘어섰다.
캠페인 계정이 공개한 설문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제품의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볶음너구리 하면 떠오르는 것’을 묻는 질문에 ‘불향 나는 볶음소스’가 71.3%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다른 제품으로 대체가 안 된다’는 응답도 70.5%에 달했다.
◇ 44년 장수 브랜드의 변신…비국물 라면 시장에 다시 가세
너구리는 1982년 11월 ‘너구리우동’으로 처음 출시된 농심의 장수 브랜드다. 가정에서 우동을 간편하게 즐기기 어려웠던 당시, 굵고 쫄깃한 우동 면발을 라면에 접목해 차별화했다. 오동통한 면발과 해물 국물, 큼직한 다시마는 너구리를 대표하는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출시 두 달 만에 매출 20억원을 넘어섰고, 이듬해에는 15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연 매출 1200억원 이상의 베스트셀러로 성장했다. 현재 농심은 얼큰한맛·순한맛·앵그리·볶음 등 너구리 제품군 4종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중 볶음너구리의 새로운 맛도 선보일 예정이다.
볶음너구리의 재출시에는 꾸준한 소비자 요청과 함께 비국물 라면 시장의 성장세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국내 비국물 라면 시장 규모는 2024년 6544억원에서 지난해 6772억원, 올해 6817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3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2.1%다.
반면 같은 기간 짜장라면 시장은 연평균 6.4% 축소됐다. 짜장라면 외 볶음·비빔면류가 비국물 라면 시장의 성장을 이끈 셈이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매운 볶음면의 인기를 확산시킨 제품으로 꼽힌다.
농심도 짜파게티에 더해 신라면 툼바와 로제 등을 선보이며 비국물 라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4년 출시한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다시 돌아온 볶음너구리가 추억을 자극하는 반짝 인기를 넘어 볶음면 시장의 성장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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