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윤 회장 이끄는 율촌화학, 포장재 평균 판매가 22.8% 인상
농심과 상반기 820억원 거래…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공급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농심이 포장재를 비롯한 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달부터 주요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5.8%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포장재를 공급하는 농심 계열사 율촌화학의 제품 평균 판매가격이 올해 들어 20% 넘게 올랐다.
율촌화학이 포장재 가격을 올리면서 농심 제품 가격이 올랐고,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심은 계열사인 율촌화학과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포장재를 받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부터 주요 용기면과 스낵, 음료 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5.8% 인상했다. 품목별 평균 인상률은 용기면 6%, 스낵 5.5%, 음료 7.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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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농심의 컵라면 제품./사진=연합뉴스 제공 |
농심은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장기간 이어진 고환율과 고유가로 포장재 등 자재 가격이 급등해 원가 부담이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협력사의 납품가격 인상과 국내 수익성 악화도 가격 조정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 농심 부재료 매입액 10.6%↑…전체 매입액 증가율 웃돌아
실제로 올해 상반기 농심의 매입 내역을 보면 포장재 등이 포함된 부재료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농심의 올해 상반기 원재료·부재료·상품 총매입액은 1조1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761억원보다 4.0%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부재료 매입액은 2320억원에서 2565억원으로 10.6% 늘었다. 전체 매입액 증가율을 6.6%포인트 웃돌았다. 오히려 같은 기간 소맥분 등 원재료 매입액은 5790억원에서 5772억원으로 0.3% 감소했다.
농심은 포장재를 국내 주요 연포장업체에서 구매하고 있다. 팜유는 주요 공급사를 대상으로 경쟁입찰 방식의 선도구매를 진행하지만 포장재 거래는 수의계약으로 이뤄진다. 수의계약은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고 특정 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계약 방식이다.
농심의 주요 포장재 공급사 가운데 하나는 그룹 계열사인 율촌화학이다. 율촌화학은 필름 기반 식품 포장재와 전자소재 등을 생산하는 소재 전문기업으로, 농심그룹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가 지분 31.9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율촌화학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8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25억원보다 12.2% 증가했다. 이 가운데 포장사업 매출은 183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8% 늘었다. 이는 전체 매출의 64.9%다.
◇ 농심家 이끄는 율촌화학…올해 포장재 가격 20% 넘게 인상
올해 들어 율촌화학의 포장재 판매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포장사업 부문 주요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은 작년 15만3085원에서 올해 상반기 18만7958원으로 22.8% 올랐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포장사업의 주요 원재료인 폴리프로필렌(PP) 레진은 석유에서 생산되는 합성수지로, 국제유가와 나프타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율촌화학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57.42달러에서 올해 3월 101.38달러까지 치솟았다. 6월에는 69.50달러로 내려왔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여전히 21.0% 높은 수준이다.
원재료 부담이 커지면서 율촌화학의 제조비용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보다 4.3%포인트 상승한 67.0%를 기록했다.
◇ 율촌화학 매출 3분의 1이 농심…거래는 모두 수의계약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 현황공시에 따르면 율촌화학은 올해 1분기 농심과 359억원, 2분기에는 461억원 규모의 상품·용역 거래를 진행했다. 상반기 거래액은 총 820억원으로 모두 수의계약으로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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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율촌화학과 농심 거래 비중 추이./사진=AI 생성 이미지(ChatGPT) |
율촌화학은 지난해 농심과 농심태경 등 국내외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총 18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별도 기준 매출 4657억1700만원의 40.3%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농심과의 거래액은 1456억4700만원이다.
농심과의 거래가 별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4.5%, 2022년 38.9%, 2023년 35.2%, 2024년 32.8%, 2025년 31.3%로 최근 5년간 30%대를 유지했다.
농심의 부재료 구매에서 율촌화학이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농심이 지난해 구매한 부재료 금액은 4658억7800억원으로 율촌화학과의 거래비중은 31.3%였다.
◇ 율촌화학, 지난해 62억원 배당…배당성향 148.9%
율촌화학은 신동원 농심 회장의 쌍둥이 동생인 신동윤 회장이 이끌고 있다. 농심홀딩스가 지분 31.94%를 보유한 최대주주, 신동윤 회장과 장남 신시열 상무이 각각 17.75%, 6.26%를 갖고 있다. 농심홀딩스 지분은 신동원 회장이 42.92%, 신동윤 회장이 13.1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율촌화학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50원씩 총 62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약 148.9%로,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은 현금을 배당한 셈이다.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에 지급한 배당금은 19억8043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동윤 회장은 율촌화학 주식 440만2450주, 신시열 상무는 155만1175주를 보유해 각각 약 11억61만원과 3억8779만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율촌화학은 2022년 41억원, 2023년 191억원, 2024년 85억원의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2022년에는 주당 500원씩 총 124억원을,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주당 250원씩 총 62억원을 배당했다.
농심은 물량 공급 등을 고려할 때 율촌화학과의 수의계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쟁입찰 없이 계열사와 거래하는 상황에서 율촌화학의 포장재 가격이 오른 데 이어 농심도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계열사의 가격 상승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농심 관계자는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고품질의 원료를 적정한 단가에 납품할 수 있는 다른 업체를 찾기 어려운 면이 있어 수의계약 형태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 계열사들은 각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거래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상가격을 검토하고 내부거래 금액 한도를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등 부당한 이익 제공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심은 약 70%의 포장재를 율촌화학이 아닌 다른 업체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결국 율촌화학과 수의계약을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힌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라는 의미가 퇴색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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