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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확대에 K-푸드 ‘긴장’...라면·김치는 영향 '제한적'

한시은 기자 / 기사승인 : 2026-02-24 07: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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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제동 걸렸지만 대체관세 15% 부과
현지 생산 기업 vs 수출 의존 기업 영향 엇갈려
라면·김치 등 대체재 약한 품목은 영향 제한 시각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전세계를 '공포의 관세전쟁'으로 몰아넣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또 다른 혼란에 빠져 들게 됐고,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식품 기업들은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라면과 김치 등 뚜렷한 대체재가 없는 일부 식품은 품목은 관세 영향을 제한적으로 받으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우회로 택한 트럼프 


24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위법 판결을 받으면서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식품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1년 만에 폐지되고 아직 파급 효과를 가늠할 수 없는 다른 형태의 관세 장벽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각국에 부과해 온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전 세계에 선포한 관세 전쟁에 제동을 건 것이다.

 

▲ 지난해 4월 백악관서 상호관세 정책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법 조항을 꺼내 들며 우회로를 택했다.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대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튿날 이를 15%까지 끌어올리며 사실상 기존 상호관세를 대체했다.


무역법 122조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목적으로 최대 15%의 관세를 최대 150일 동안 한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이다. 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트럼프발 관세 정책 변화 소식에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업계는 즉각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원가와 물류 비용에 더해 관세 부담까지 확대될 경우 현지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가격 경쟁력 약화와 브랜드 인지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대미 관세가 10%포인트 상승하면 음식료품 수출액이 최대 14% 안팎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 136억달러 가운데 미국 비중은 18억달러(13.2%)로 역대 최대이자 국가별 1위를 기록했다.

다만 한국무역협회는 향후 미국의 관세 구조가 ‘최혜국대우(MFN) 관세 + 무역법 122조 관세’ 체계로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미 FTA 체결국인 한국은 MFN 관세 면제 효과를 일부 회복할 수 있어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일본·유럽연합(EU) 등 비FTA 국가들도 한국과 동일하게 일괄 15% 관세를 부담하면서 한국의 FTA 관세 혜택이 사실상 사라졌지만, 관세 체계가 분리 적용될 경우 차별화 효과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현지 공장 보유가 ‘관세 리스크’ 가르는 변수

문제는 시장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사이 관세율이 10%와 15%를 오간 데다 최대 150일짜리 한시 조치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후속 조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수치상으로는 이전과 같은 15% 수준의 부담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 근거와 적용 방식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안정적인 글로벌 전략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 생산공장 보유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는 관세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지만,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기업은 리스크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어서다.

현재 농심은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 제1·2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CJ제일제당은 2019년 인수한 슈완스 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20개의 식품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대상은 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구축해 연간 2000만톤의 김치 생산 중이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관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삼양식품은 미국 내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미국 수출 물량 전량을 경남 밀양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다만 삼양식품 관계자는 “관세 수치 자체는 기존과 유사한 수준이라 현지 판매량 추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서도 “향후 관세 정책 변동 불확실성이 더 큰 부담요인”이라고 말했다.

◇ 관세 변수 속 ‘대체 불가’ K-푸드 경쟁력

업계에서는 대체재 성격이 약한 라면과 김치 등 일부 품목은 관세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라면은 지난해 가공식품 단일 품목 기준 처음으로 수출 15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김치 수출액 역시 지난해 1억6400만달러로 10년 전 대비 약 두배 증가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일본 라면이 상대적으로 저가 포지셔닝에 가깝다면 한국 라면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미 가격대가 높은 편인 만큼 관세 영향으로 가격이 일부 인상되더라도 프리미엄 수요층 이탈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품 대체 가능성 역시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종가김치 등은 미국 현지에서 사실상 비교·대체가 어려운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관세 영향으로 판매량이 일부 조정될 수는 있지만, 이는 대체재가 존재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요 감소 구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한 외국인이 삼양식품에서 선보인 불닭볶음면을 들고 있다./사진=삼양식품 제공

 

실제로 지난해 미국 라면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44%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농심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연간 총 10억1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하고 있고,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 22%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식품사업 매출의 8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비비고 만두의 B2C 시장 점유율은 41%에 달한다. 대상의 종가 김치는 2022년 이후 김치 수출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고 매출 기준 최대 시장 역시 미국이다.

 

◇ 소송 늘고 전략 바뀌고…글로벌 기업 대응 본격화


트럼프발 관세 충격은 글로벌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상호관세 시행 이후 한국을 포함해 해외 생산기지를 두고 미국에 제품을 공급하던 기업들이 잇달아 미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 이전 관세 환급 소송에 참여한 기업은 1500곳을 넘어섰다. 코스트코홀세일과 에실로룩소티카, 굿이어타이어앤드러버, 리복, 푸마를 비롯해 국내 기업인 대한전선과 한국타이어 등도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식품 기업들 역시 대응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급하던 일부 부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하고, 생산라인 운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비용 구조 조정에 나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율 상향 등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3분기 미국 수출을 확대하는 등 물량 수급을 조절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정책 변동성이 큰 만큼 실제 관세 부과 이전까지 물량 조절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현실적인 대응 수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소셜밸류 한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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