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평가서 현대차 S등급 등극…오너 의지가 성적으로 돌아왔다
스토리만으론 부족…스코프3 감축이 남은 그린워싱 시험대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책임을 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등장한 지 오래다. ESG 경영은 실행 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릴 정도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에 소셜밸류(SV)는 기업의 ESG 전략과 실천 의지를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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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수 자원봉사자들이 바닷속 폐어망을 수거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
친환경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폐기물을 걷어 차를 만드는 회사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기아가 최근 내놓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방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전기차·수소차 같은 '친환경 제품'을 넘어 생산부터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그룹의 목표라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그 첫 무대가 바다다.
◇ 폐어망이 바닥매트가 되기까지
현대차는 2021년부터 해양 보호 비영리단체 ‘헬씨 씨스(Healthy Seas)’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유럽·미국 등 전 세계 10개국에서 해양 폐기물 320톤 이상을 제거했다. 폐양식장을 정화하는 등 해양 생물 서식지 복원 활동도 함께 진행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걷어 올린 것’이 사라지지 않고 다시 차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수거한 폐어망을 재생 나일론 원사로 가공해 유럽 내 판매 차종의 친환경 바닥매트에 적용하고 있다. 적용 모델도 아이오닉5, 아이오닉6에서 아이오닉9, 신형 싼타페,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 넥시노 등으로 확대된 상태다.
바다에서 나온 쓰레기가 차량 부품으로 재탄생하는 순환경제 모델이다. 유럽 등지에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도 4800여명(집계 기준 4861명)에 달해, 단발성 봉사가 아닌 공유가치창출(CSV) 전략으로 설계돼 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기아는 별도의 트랙을 달린다. 기아는 2022년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The Ocean Cleanup)’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향후 7년간 해양과 강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하는 활동을 지원한다.
활동에는 2024년 EV6와 니로 전기차가 투입됐고, 올해 7월에는 EV3와 EV4가 새로 전달됐다. 수거한 플라스틱을 차량 부품으로 재활용하는 자원순환체계 구축이 목표다. 기아는 2030년까지 차량 내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 오너의 ‘의지’가 평가로 돌아왔다
이 같은 행보는 올해 외부 평가에서 성적으로 확인됐다. 한국ESG평가원이 10월 13일 발표한 ‘2026년 상장 대기업 ESG 정례평가’에서 현대차는 기존 A+등급에서 최상위인 S등급으로 올라섰다.
100점 만점 기준 82.8점으로, 전체 1위 KB금융(83.2점)과 0.4점 차이였다. 평가 대상 100개사 중 S등급을 받은 곳은 KB금융, 현대차, 신한금융, 우리금융, 삼성전자 등 5곳뿐이었다.
하락 기업(12개사)보다 상승 기업(30개사)이 많았다는 점, 업종 평균이 아닌 개별 기업의 등급 변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아도 같은 평가원이 7월에 실시한 상반기 평가에서 S등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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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 제공 |
정 회장은 그동안 ESG 경영을 미래 경쟁력과 사회적 책임의 원천으로 강조해 왔다. 친환경 제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생산·폐기·재활용 전 과정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은 이 방향성의 구현에 가깝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 전략이 정 회장의 지속가능경영 의지를 반영하며, 순환경제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상 기록도 이어지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4월 뉴스위크 ‘세계 자동차 산업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 시상식에서 지속가능경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고, 같은 해 6월 ‘PR 어워즈 아시아·퍼시픽’에서도 환경 부문 금상을 받았다.
◇ 환경만이 아니다...안전과 상생이라는 또 다른 축
정의선호 ESG에서 환경(E)만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사회(S) 부문에서는 현장 중심의 안전경영이 두드러진다. 현대차는 국내외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과 환경·보건·안전(EHS) 경영을 강화하며 “안전엔 타협이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완성차·부품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를 고려하면 오너 차원의 안전 리더십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기도 하다.
상생과 고용에서도 행보가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3월,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6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차량 전동화·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에 인재를 대거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ESG의 ‘사회' 축을 일자리 창출로 연결한 사례다.
◇ 과제, 바다 이야기가 전체 증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ESG 성적표의 이면에는 풀어야 할 지표가 남아 있다. 자동차는 제조업 중에서도 탄소 배출 규모가 큰 업종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율, 스코프3(공급망 간접 배출) 감축 같은 핵심 환경 지표에서 해양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
폐어망 재활용의 상징성은 크지만, 전사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이행 속도가 함께 뒷받침돼야 ‘그린워싱’ 시비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해양 플라스틱 회수량(320톤)을 그룹의 연간 차량 생산 규모와 나란히 놓으면 규모의 위화감이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 같은 순환경제 전략은 업계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 산업에 재생소재 사용 비율과 폐차 회수 책임이 규제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기아가 재활용 플라스틱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은 규제 대응을 넘어 원가·브랜드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정의선 회장의 ESG가 바다에서 건진 이야기로 남을지, 재료와 부품이 순환하는 자동차 산업의 표준이 될지는 향후 공시되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과 재생소재 적용 규모가 판가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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